푸틴 "우크라 침공, 피할 수 없었다"(종합)
'특별군사작전' 유지하면서도 징병 연령 상향 등 통해 병력 늘릴 듯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의 적대적 군사 대치는 불가피한 것임이 명백했다"고 밝혔다.
러시아투데이(R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국방통제센터에서 국방 고위 지도부 확대 회의를 열고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왔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모든 적대적 대치는 비극과 인명 손실을 초래한다"며 병력 피해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헤르손 후퇴' 이후 한동안 전쟁 관련 공식 언급을 회피해온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기자회견'으로 불려온 연말 기자회견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하면서 개전 10개월래 궁색해진 처지 때문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 터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또 다시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성 주장과 함께 병력 확대 및 승전 의지 등이 강조된 것으로 미뤄, 신년에도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 사람들 '뇌세탁'"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 시작 전 연설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좋은 이웃 국가는 물론 새로운 조건에서의 형제 국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방이 우크라이나 등 '후(後)소련' 영토에서 사람들에게 '뇌세탁'을 하기 시작했고 그게 상당히 먹혔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소위 문명 세계의 일부가 되려고 했지만 환영받지 못했다"며 "코카서스 지역에서까지 국제 테러리스트를 이용해 러시아를 타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의 과학·기술적 기반, 생산 기반, 인적 기반을 통해 잠재력을 발전시킬 역량이 있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핵 준비 태세 또 거론…"전시체제 전환 안 해도 승리"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핵 준비 태세도 다시 거론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3각 핵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3각 핵전력이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지상발사 핵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핵탑재가능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핵탑재가능전략항공기를 의미한다.
그는 "이로 인해 우리 주권과 영토보전, 전략 균형, 글로벌 힘의 전반적인 균형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를 전시체제로 전환하지도, 국가 경제를 전시체제로 전환하지도 않겠다"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러시아는 징병 규모를 점차 늘려 '전쟁 아닌 전시체제'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징병 연령 30세까지 상향해 병력 30% 이상 늘릴 듯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현재 18~27세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징병 조건을 변경해 군대 규모를 30% 이상 늘리자는 의견이 개진돼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군 병력을 현행 115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늘릴 것을 제안한다"면서 "69만 5000명의 의무 병력 외에도 전문 계약 병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행 18~27세인 징병 연령을 21~30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이던 올여름 '2023년 1월 1일부터 13만 7000명을 증원해 115만 병력을 완성한다'는 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또한 전세가 기울기 시작하던 지난 10월에는 18~65세 남성을 대상으로 30만 병력을 예비군으로 추가 징집하는 부분 동원령도 내렸다.
이날 추가로 병력 증강 제안이 나온 배경으로 로이터는 서방 당국이 추산한 러시아군 전사자 수치를 제시했다.
미국 및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속된 지난 10개월간 러시아군이 적어도 10만 명 이상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쇼이구 장관이 밝힌 전사자 현황은 9월 기준 5937명이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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