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60] 캐럴은 사랑을 싣고
캐럴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찬송가가 이 땅에 들어올 때 캐럴도 소개되었을 것이다. 노래는 이미 들어왔을지라도 음반에 수록된 최초의 캐럴은 1926년에 발매되었는데, 윤심덕이 노래한 ‘파우스트 노엘(First Noel)’과 ‘산타클로스’가 음반 두 매에 각각 수록되어 있다. 1934년에 ‘요한’이라는 가수가 부른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참 기쁘다(기쁘다 구주 오셨네)’도 특기할 만하다. 지금까지 ‘요한’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음원을 들어본 바로는 가수 김정구의 형인 김용환으로 추정한다. 작곡가와 가수로도 활동한 그는 기독교 집안에서 출생하여 ‘요한’이라는 세례명을 받았고, ‘용환’이란 이름도 세례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복 이후에도 캐럴은 다양하게 제작되고 향유되었다. 당대 인기 가수들은 누구나 한번쯤 캐럴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이미자의 ‘고요한 밤’과 남진의 ‘고요한 밤’, 나훈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배호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재밌다. 대체적으로 이들이 노래한 캐럴은 트로트 창법이 도드라져 들을수록 친숙해서 정겹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직접 창작한 캐럴도 등장했다.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1960년대 발매된 ‘추억의 크리스마스’(이철수 작사, 한복남 작곡, 송민도 노래)나 ‘크리스마스의 밤’(유노완 작사, 전오승 작곡, 김정애 노래) 등이 대표적이다.
고정숙, 고재숙의 쌍둥이 자매로 구성된 ‘바니걸스’가 1974년에 발표한 ‘지난해 본 산타할아버지’는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캐럴이다. 이 곡은 토미 코너(Tommie Connor)가 작사, 작곡해서 13살의 소년 지미 보이드(Jimmy Boyd)가 1952년에 노래한 ‘I Saw Mommy Kissing Santa Claus’의 번안곡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그의 노래는 산타와 엄마가 키스하는 것을 목격한 아이가 아빠에게 이르겠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노래는 발표 당시 보스턴에 있는 가톨릭교회의 비난을 받았고, 보이드가 대교구를 만나 해명한 후 금지령이 해제되었다고 한다. 이후 여러 가수가 불렀는데, 마이클 잭슨이 ‘잭슨 5′ 시절이었던 1970년에 발표한 것이 특히 유명하다. 보이드의 노래는 산타가 아빠일지 모른다는 가능성만 열어두었으나, 바니걸스의 노래에서는 엄마와 뽀뽀한 산타가 “정말 우리 아빠 같아요”라고 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미리 차단했다.
어느덧 크리스마스다. 온 세상이 함께하는 사랑의 날이다. 괜스레 설레는 것은 어쩌면 그리운 이에게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희망 때문이기도 하다. 이날만은 미움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를 건네기로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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