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조원 지원 확답주세요”…바이든 담판 위해 美 건너간 젤렌스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2. 12. 21. 23: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약 58조원 규모 우크라 예산안 논의 목적
올 2월 우크라 사태 발발 이후 첫 해외 방문
바이든 회담 이후 美의회서도 연설 예정
러시아도 군사력 재정비…양국 총력전 되나
中 시진핑, ‘푸틴 측근’ 메드베데프와 회동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키이우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300일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전쟁 시작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과 450억달러(약 58조원) 규모의 추가 긴급 군사지원을 검토 중인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확답을 받아내기 위해 이번 미국행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지난 11일 두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18일 최종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해외 방문은 올해 2월 24일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21일 미 백악관에서 만나 450억달러 규모의 대(對) 우크라이나 추가 예산안에 대해 논의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 계획을 구상 중인 만큼, 결정권자들을 만나 확실한 대답을 얻어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문하는 기간 중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시스템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 추가 지원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위해 200억달러(약 26조원)를 쏟아부었다.

이와 별개로 미 의회 역시 45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해당 예산이 포함된 총 1조7000억달러(약 2182조원) 규모의 2023 회계연도 미 연방 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은 오는 23일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한을 넘기기 전 미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해당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무기 구입 등 장비 지원에 200억달러(약 26조원), 동유럽 내 미군 주둔 비용에 62억달러(약 8조원), 전쟁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경제 부양 및 에너지 부족 문제 해결 비용에 129억달러(약 16조원),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40억달러(약 5조원) 등이 사용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미 공화당 의원들과도 만나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하며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될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케빈 매카시 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중간선거 직전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수표식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1월 초 새로운 연방의회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방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공화당을 직접 만나 설득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동부 전선 슬라뱐스크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 EPA 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행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올해 겨울이 끝나기 전 우크라이나 사태 전황을 뒤집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 탈환을 시작으로 최근 동부 돈바스 지역까지 되찾으며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의 이번 추가 지원을 발판 삼아 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군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러시아와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도네츠크 주(州) 바흐무트를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며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최대 우방국인 벨라루스를 방문하고 군사력 재정비에 나서면서 올 겨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총력전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가 본격 참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21일 국방부 고위 관료 회의를 주재하고 내년도 군사목표 설정 및 우크라이나 사태를 평가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러시아가 올해 말 다시 총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민스크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앞두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민스크 로이터 = 연합뉴스]
올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프랑스는 내년에도 군사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의 폭격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내년 1분기 중 무기와 탄약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1일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