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스 가격상한제 벌써 우려…"가격인상·공급불안 가중"

정빛나 2022. 12. 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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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공급처' 알제리 "시장 개입 안 돼"…EU 회원국 일부도 우려
상한제 회피 위한 '우회 거래' 증가 가능성 지적도
천연가스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에너지 위기를 겪는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역내 가격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기로 한 가격상한제를 두고 안팎에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가스 수출국인 알제리의 모하메드 아르카브 에너지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가스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EU의) 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EU 전문매체인 유락티브가 현지 APS 통신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아르카브 장관은 "업스트림(upstream) 분야 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에너지 시장을 놔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스트림은 보통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시추·생산 단계를 의미한다.

알제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유럽에 수출한 가스 규모는 유럽 전체 가스 소비량의 11% 정도를 차지했다.

전쟁 발발 이후에는 EU가 러시아산 탈피에 안간힘을 쓰면서 중요성이 더 부각됐고, EU 당국자들이 잇달아 알제리를 방문하는 등 협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이에 아르카브 장관의 발언은 EU가 회원국 간 표결을 거쳐 가스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유럽의 '가스 대체 공급처'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려는 EU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EU 표결 당시 기권한 오스트리아의 레오노레 게베슬러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은 가스 가격상한제 시행 시 자국의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우리는 (러시아의)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U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가을 기준 유럽행 가스 공급량을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줄였는데, 이는 나머지 20% 정도는 여전히 유럽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이미 EU의 가격상한제 시행시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차후 공급량을 추가로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

아울러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와 달리 가스 가격상한제는 에너지난을 겪는 EU 자체적인 필요에 의한 일종의 자구책 성격이 강하다.

이에 러시아산을 포함해 EU로 공급되는 모든 가스가 대상이어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직접적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자회견하는 EU 집행위원과 체코 산업장관 (브뤼셀=연합뉴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정책 담당 집행위원(왼쪽)과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장관이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가격 상한제 합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21 photo@yna.co.kr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영국 소재 오로라에너지연구소 소속 제이콥 맨들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에 "가격상한제로 인한 효과가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라며 "어떤 경우에는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상한제를 피하고자 거래업체들이 일종의 '우회 루트'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EU는 1개월, 3개월 및 1년 선물상품에만 가격상한제를 발동하기로 했다. 당일·하루 전거래 및 장외거래 시장 등은 가격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거래업체들이 아예 영국 등 역외 거래소를 택할 여지도 있다.

가스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 더 높은 가격에 팔려는 공급국 및 거래업체가 유럽 거래소를 통하는 것을 꺼린다면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르고, 공급 불안정성은 더 심화할 수 있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몬 타글리아피에르타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에너지 가격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유일한 길은 각국의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공급 부족 상황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는 "가격상한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EU는 지난 19일 에너지장관 이사회에서 내년 2월 15일부터 1년간 가스 가격이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 이상이고, 글로벌 시장의 액화천연가스(LNG)보다는 35유로 비싼 두 가지 요건이 3일 연속 지속되면 상한제를 발동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사용량 급증 등 '부작용'이 식별되면 즉각 중단하기로 하는 한편 가스 공동구매 및 신재생에너지 허가 신속화 조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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