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개혁에는 좌우가 없다
미래 위한 노동·연금·교육개혁 필요
美·獨·英 개혁 뒤엔 지도자의 리더십
저항 있어도 정권 내놓을 각오해야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1998년 노동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좌파의 맹주로 불리던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정권을 잡았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동·서독 통일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과거 동·서독의 경제적 불균형은 해소는커녕 사회적 갈등으로 치달을 정도로 심각했다. 수출 부진과 저성장에다 국가 부채마저 급증했다. 2003년 고용률은 65%까지 급락했다.
개혁에 성공한 경제대국에는 한결같이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은 1979년 선거 때부터 노동개혁을 공언했다. 5차례에 걸친 노동법 개정으로 ‘노조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늙고 병든 영국’을 살려냈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역시 취임 초 노조 우위의 생태계를 바꿔놓았다. 1981년 공무원인 항공관제사 노조의 무리한 파업에 1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해고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방적인 힘의 우위를 내세운 과도한 탄압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면에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이 깔려 있다. 개혁에 좌파니, 우파니 하는 정치논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했다.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노동개혁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연금개혁은 일할 의욕을 고취하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교육개혁은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의 필수요건이라고도 했다. 모두 ‘미래세대’를 위해서라고. 맞는 말이다.
윤석열정부가 연일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외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임금·근로시간 제도 개선 과제에 대해 빠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파견제도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서두를 계획이다. 민노총 등 대형 노조의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이 무색해진 국민연금 개혁에도 속도를 낼 태세다. 연금고갈 시계는 2057년을 향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특히 역대 최고 수준 고령화 추세는 연금고갈 시점을 앞당길 게 뻔하다.
개혁에는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혁명보다 더 어려운 게 개혁이라는 말도 있다. 기득권 세력과 이해집단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역대 정부마다 개혁을 외쳤지만 용두사미에 그친 이유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강력한 적과 미온적인 동지, 이것이 혁신이 성공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라고 했다.
‘좋은 게 좋은 기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논리는 개혁의 걸림돌이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면 개혁의 동력은 눈 녹듯 사라진다. 정권을 내놓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 암묵적 타협은 개혁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개혁의 바퀴는 눈에 보이는 반대세력보다 묵묵히 개혁을 지지하는 대다수 국민들만 보고 굴러가야 한다. 물론 국민적 합의를 통한 갈등 해소도 절실하다. 시기도 중요하다. 최근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에서 보여준 원칙을 토대로 윤석열정부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다. 국정 장악력이 높은 임기 초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야 한다. 시작이 절반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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