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탄소중립과 자발적 탄소시장

2022. 12. 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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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조정제도 강화
韓 수출기업 추가 관세 부담
국내 기업, 자발적 시장 활용
‘탄소 상쇄전략’ 수립 나서야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정리하며 차분하게 새해를 맞이하고 싶지만 날씨는 바람과 달리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월은 ‘이상 고온’ 현상으로 입동이 지난 후 봄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12월 들어서는 전국에 한파와 폭설 현상이 나타나는 등 큰 폭의 기온 변동성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추운 날씨로 움츠러든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르면 내년 시범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초안보다 더욱 강화되어 우리나라 수출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소식이다. 이 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cheme)와 연동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다. 전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하여 섭씨 1.5도 또는 2도로 억제하는 신(新)기후체제를 이루기 위해 각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강력하게 유도하기 위함이다. 올여름 북·서유럽의 강력한 열파, 작년 남유럽의 홍수 등 빈번한 극한 기상·기후 현상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강화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미래 기후 전망을 고려할 때 이 제도는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시행될 것이 분명하다. EU의 이런 조치가 우리나라 수출기업에는 추가 관세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한국은 2020년 기준 전력 1㎾h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472.4g으로 EU(215.7g) 대비 2배가량 많아 큰 부담이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 기후역학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강화는 신기후체제 아래에서 전 세계적 탄소중립 사회 구현과 맞물려 바야흐로 거대한 탄소시장의 서막을 올리는 신호이다. 탄소시장은 감축의무 여부에 따라 크게 강제적 탄소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나뉜다. 강제적 시장은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처럼 사전에 결정된 탄소 배출 목표치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권 또는 상쇄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년 배출권을 할당하여 그 범위 내에서 배출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할당된 사업장의 배출량을 평가하여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해선 사업장 간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자발적 시장은 탄소 감축의무가 없는 기업, 기관(정부기관 포함), 비영리단체, 개인 등이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 중 발생한 탄소를 자발적으로 상쇄하거나 마케팅용으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거나 거래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세계 최초의 자발적 탄소 상쇄 거래는 1989년 미국 전력회사 AES가 과테말라 농부들이 심는 나무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최근에는 셸(Shell),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네슬레 등 글로벌 다국적기업들도 자발적 시장을 통한 ‘탄소 상쇄’가 핵심 지속가능성 전략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산림을 회복시켜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사업의 크레딧을 구매하여 배출량을 상쇄시키는 거래에 대한 투자 등이 그렇다.

특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정부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탄소배출권을 승인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자발적 시장이 더욱 확장될 예정이다. 실제 2021년까지 누적 수치로 9조원에 달하는 배출권이 자발적 시장을 통해 거래되었고 세계적으로 자발적 시장의 배출권 가격 및 추세가 상승 중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자발적 탄소시장 참여를 통한 상쇄 크레딧 활용은 아직 전무하다.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자발적 시장을 활용한 ‘탄소 상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탄소중립은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과학적 대안의 범주를 벗어나 탄소시장을 통해 사회·경제적 문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탄소시장은 탄소중립 사회가 구현될 향후 30∼4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이슈가 될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과 정교한 플랫폼 구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 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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