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소설, 캔버스 위의 마술로

2022. 12. 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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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준은 소설을 쓴다.

이전엔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썼으나 이제 그 순서는 무의미하다.

이어 2020년에는 미술사학자 알리자린이 600여 년 전 활동한 화가 사피에르의 베일에 쌓인 최후의 작품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 '두 개의 깃발'을 완성한다.

갤러리현대 측은 "집필한 소설과 대사를 통해 서로 다른 연작이 중첩되며 확장되는 광범위한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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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박민준 개인전 ‘X’
작가 집필 소설 ‘라포르 서커스’,‘두 개의 깃발’ 속 세계
전시장에 회화·조각·드로잉·설치로 시각화
박민준 ‘X’ 신념의 탑과 영원의 탑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박민준은 소설을 쓴다. 그리고 그림도 그린다. 이전엔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썼으나 이제 그 순서는 무의미하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긴밀하게 연결돼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전시장에 찾은 이는 독자와 관람객을 넘나들며 작가가 펼쳐내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박민준의 10번째 개인전 ‘X’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전통적 서양 고전회화가 전하는 보편적 서사와 재현을 동시대 회화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전개해온 작가는 이제 인간의 삶과 죽음, 꿈과 이상, 예술의 가치를 담은 세계관을 완성한다.

지난 2018년에는 동 갤러리에서 ‘라포르 서커스’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었다. 천재 곡예사인 형 라포와 평범한 동생 라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라포르 서커스 단원들의 별난 사연을 시각화했다. 화려한 색감과 과감한 구도, 섬세한 이미지는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 ‘라포르 서커스’에서 텍스트가 전달할 수 있는 상상을 넘어선 ‘마술적 리얼리티’를 구현했다.

박민준, 이면공을 든 광대, 2022, 캔버스에 유채, 72.7 x 60.6cm[갤러리현대 제공]
박민준, 알레치노, 2022, 캔버스에 유채, 72.7 x 60.6cm [갤러리현대 제공]

이어 2020년에는 미술사학자 알리자린이 600여 년 전 활동한 화가 사피에르의 베일에 쌓인 최후의 작품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 ‘두 개의 깃발’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는 두 연작을 포용하면서,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즉흥극의 캐릭터를 초상화 장르로 재해석한 ‘콤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를 선보인다.

전시는 사전 정보 없이 작품 그 자체만 보아도 충분히 즐겁다. 뉴욕 센트럴파크, 스코틀랜드의 바닷가, 이탈리아의 정원에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나 사건이 펼쳐지는데,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몽환적이고 혼종적이다. 빨간 문과 파란 문, 서로 다른 표정의 쌍둥이, 오래된 나무, 그 나무 위를 걷는 요정, 봉을 들고 줄타기 하는 인물 등 작품안의 요소들 하나 하나가 시선을 오래 붙잡는다.

그러나 작가의 소설을 미리 읽고 간다면 해석은 더욱 풍부해진다. ‘두 개의 깃발’에서 사피에르가 최후에 완성한 ‘신념의 탑’과 ‘영원의 탑’은 2층 전시장에, ‘라포르 서커스’와 ‘두 개의 깃발’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목각인형은 1층 전시장에 놓였다. 지하에 자리잡은 ‘콤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 출연하는 페페나파, 판탈로네, 카피타노, 브리겔라, 풀치넬라 등 등장인물은 자신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동물 가면을 썼다. 개, 올빼미, 토끼, 당나귀, 곰, 원숭이, 다람쥐, 여우가 그 주인공이다. 등장인물의 독백을 담은 짧은 책자를 읽고나면 동물이 은유하는 등장인물의 직업과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무한히 펼쳐지는 작가의 세계관은 관객과 만나 더 확대된다. “작품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되느냐도 중요하다”는 작가의 말 처럼, 이번 전시는 한 편의 공연처럼 다가온다. 갤러리현대 측은 “집필한 소설과 대사를 통해 서로 다른 연작이 중첩되며 확장되는 광범위한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박민준 'X' 콤메디아 델라르테 연작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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