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집 마련 꿈, 14년 넘게 급여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작년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 서울 14.1배·수도권 10.1배로 ‘껑충’
전년보다 2년씩 늘어…‘임대차3법’ 이후 예상과 달리 세입자 부담 감소
첫 집 마련 여전히 7.7년…정부 공공주택 확대에도 소요기간 줄지 않아
지난해 급여생활자가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1년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급등으로 소득을 모아야 하는 기간이 1년 만에 2년이나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 구매 시 비용부담을 나타내는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수도권이 지난해 10.1배(중위수 기준)로 전년(8.0배)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국 평균 역시 같은 기간 5.5배에서 6.7배로 상승했다. PIR은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수치화한 것이다. 서울의 PIR은 2020년 12.5배에서 2021년 14.1배로 확대됐다.
지난해 전국의 주택 자가보유율은 전년과 같은 60.6%로 집계됐다. 전국의 자가보유율은 2019년 61.2%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0~2021년 2년 연속 60.6%로 하락했다.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전년과 같은 7.7년이었다. 2010년 8.5년으로 늘어난 이후 6.7년(2016년)까지 줄어들었으나 2020년부터 2년 연속 7.7년을 기록했다. 정부가 각종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주택 분양을 확대하고 있지만 늘어난 집값 부담에 생애 첫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의 임대료 부담은 오히려 줄었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 개정 이후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지난해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R·Rent Income Ratio)’은 전국 기준 15.7%(중위수 기준)로 전년(16.6%)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RIR이 높을수록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뜻으로, RIR 15.7%는 월급 100만원을 받으면 15만7000원을 임대료로 낸다는 뜻이다.
RIR은 2014년 20.3%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8년 15.5%까지 낮아졌으나 2019년 16.1%, 2020년 16.6%로 2년 연속 상승했다가 지난해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지난해 수도권의 RIR은 17.8%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광역시의 RIR은 2020년 15.1%에서 지난해 14.4%로, 도지역은 12.7%에서 12.6%로 각각 줄었다. 다만 서울의 RIR은 2020년 21.3%에서 지난해 21.6%로 증가했다.
청년세대의 주거불안은 더 심화했다. 청년가구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7.9%로 일반 가구(4.5%)보다 높았다. 대부분(81.6%)이 임차 형태로 거주했으며, 주택 유형은 단독주택이 37.5%로 가장 많았다. 수도권 등 대도시의 경우 쪽방, 고시원 등 열악한 비주택 거주 가구도 단독주택 유형에 일부 포함된다. 신혼부부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2.4%로 일반 가구보다 낮은 편이나 평균 가구원수가 많아 1인당 주거면적은 27.5㎡로 좁았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8월~2022년 1월 전국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일대일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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