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돌연 금리 인상…긴축 신호에 세계 금융시장 ‘출렁’
기존 0.25%서 0.5%로 2배 올려
엔화 초강세…원화도 끌어올려
일 투자자들 자산 매각 땐 ‘혼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시장 예상보다 빨리 초저금리 정책 전환을 시도하면서, 그 후폭풍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빨라지고, 나아가 일본에서 싼 금리에 조달한 자금으로 전 세계 금융자산에 투자해온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히 청산될 경우 금융시장에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발표한 조치를 통화긴축의 시작으로 보기는 어려운 편이라면서도 이번 조치로 인해 향후 몇달간 전 세계 시장의 균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10년물 국채 금리가 0.25%를 넘지 않도록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오다 전날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을 기존의 2배인 0.5%로 올렸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규모가 축소될 수 있어서 시장은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점진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일본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변화가 내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퇴임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2시쯤 달러당 130.65엔까지 하루 만에 5%가량 급락한 뒤, 오후에는 132엔 부근에서 움직였다. 엔·달러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뜻이다.
그간 전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에 엔화·위안화 가치 하락에 동반해 더 큰 폭의 약세를 보였던 원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9원 내린 달러당 1285.7원에 마감했다. 전날 엔화 초강세에 대한 되돌림이 일부 나타나면서 약보합권 흐름이 이어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과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축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이어졌다”면서 “이미 정점을 지나 하락 중인 달러화의 추가 약세 압력이 더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 역시 예상보다 빨리 달러당 1200원대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정책 전환으로 엔화 선호가 높아질 경우 달러 자산 매각을 촉발할 수 있고,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채권·주식 등 해외자산을 대대적으로 팔아치우는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초저금리를 지속해온 일본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금융자산에 투자해온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본 금리 상승으로 급속히 청산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규모는 3조달러(약 3855조원)를 넘는데 절반 이상은 미국에 투자돼 있다. 일본의 해외자산 처분 시 네덜란드·호주·프랑스 등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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