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까지…변함없는 차별, 안타까워”
다문화 아동·청소년 27만명 넘어
다름에만 천착, 위축·고립시켜
소속감 저해 잠재력 발휘 어려워
개인의 좌절 넘어 사회도 손실
귀화했고 스스로 한국인 자부심
하지만 여전히 따가운 시선 느껴
기회 제공 등 정책적 배려도 미흡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외국인 주민은 약 213만명이다. 그중 한국 국적을 갖지 않고 국내에서 90일을 초과해 거주하고 있는 노동자와 유학생 등이 165만명으로 가장 많다.
결혼 등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은 21만명이며, 외국인 주민 자녀는 27만명이다. 이들 가운데 경기도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전체의 33.5%인 71만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경기도와 경기도 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12월18일)을 맞아 외국인 주민들을 초대해 정책 토크 포럼을 열었다. 누구나 차별 없이 다양성과 평등을 누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다.
‘다양성이 기회가 되는 경기도’라는 주제로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개최된 행사는 ‘블랑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개그맨 정철규씨가 진행을 맡았고, 한국인과 결혼해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스리랑카 출신의 이레샤 페라라씨 등 경기도에 거주하는 7명의 외국인 주민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 생활에 대체로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정책적으로 미흡하거나 개선을 희망하는 의견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1999년 한국 출장길에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스리랑카 출신의 페라라씨는 2013년에 ‘톡투미’라는 비영리단체를 꾸려 현재 이주민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결혼 이민자가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런 부분이 좀 더 개선돼야 이주민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더 많은 이주민 리더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귀화해 다문화 언어 강사로 활동 중인 몽골 출신 이슬기씨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대한민국 다음 세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여전히 출신 배경이나 외모의 다름에만 주목해 아이들을 위축시키고 고립시키는 사회적 분위가 남아 있다”면서 “아무리 우수한 아이들이라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들이 이 사회에 강한 연대감과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란 출신의 난민 청년 김민혁씨는 대학생이다.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가 개종한 사실이 이란의 친척들에게 알려지면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의료사회복지사가 꿈인 김씨의 최종 꿈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 난민 포럼에 참석하는 것이다.
김씨는 “난민 가운데 세계적인 인물이 적지 않지만 난민을 가난하고 불편하다고 보는 인식이 너무 짙은 것 같다”면서 “이런 인식이 개선되는 데 경기도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으로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김알렉산더씨는 한국 생활 16년째다. 그는 장애아동들에 관한 관심이 남다르다.
김씨는 “장기체류가 아닌 비자일 경우 장애아동들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미흡해 진료 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대한민국 전체를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경기도에서 특정 진료 기관을 지정해 그곳에서 외국인 장애아동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해결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무역업을 하는 파키스탄인인 알리 무다사르씨는 “이주민들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바뀌었으면 한다. 피부색과 종교 때문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인과 결혼한 캄보디아 출신의 정유리씨는 의정부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에서 상담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농업이나 제조업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사실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 위험한 작업 환경 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6년째 거주하며 배우·모델로 활동 중인 스위스인 헤디포르투나씨는 “외국인 예술가는 한국인 예술가보다 공공기관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어렵다”면서 “이주민 예술가들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보다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경석 경기도 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은 “다양성이 갈등을 증폭시킬 위험성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다양성이 더해질수록 사회적 발전과 성장의 기회도 많아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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