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한 사람 때문에… 무고한 24만 명이 스러졌다[숫자로 본 비극]
고향 등진 난민만 최대 3,000만 명
20일(현지시간)로 개전 300일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약 2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국 군인에 민간인 사상자까지 모두 더한 추정치다. 동부 유럽에서만 벌어지는 국지전 성격이 강했지만, 이 전쟁으로 그동안 매일 800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전쟁을 피해 고향을 등진 난민 숫자도 최대 3,000만 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열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우크라이나에 26조 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했다. 16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 지원 규모를 웃돈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 피해 규모도 만만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GDP는 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석유 수출 억제,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입은 체감 피해는 더 클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전쟁 장기화, 불어나는 사상자 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정부 등의 공식 발표를 종합하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4만 명에 크게 못 미친다. 전쟁 사기 등을 고려해 자국 인명 피해 숫자를 최소화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의 추산을 참고해도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달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 10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이는 개전 이후 서방 측에서 내놓은 집계 중 최대 규모다. 러시아가 개전 초기 동원한 병력 약 15만 명 중 3분의 2가 희생됐다는 뜻이다.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간 전쟁을 치르며 잃은 병력이 1만5,000명인 걸 감안하면 단시간 내 상당한 손실이다.
밀리 의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역시 러시아군과 비슷한 10만 명의 사상자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인 희생 규모는 4만 명으로 추산됐다.
정확한 사상자 수 함구… "전쟁 비용 보여줘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졌는지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는 게 이 전쟁의 비극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사상자 수를 놓고 일종의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 군대와 국민의 사기를 의식해 자국 피해는 최소화하고, 적국의 사상자 수는 키우는 식이다. 특히 언론을 장악해 전황을 왜곡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대규모 사상자 수가 알려져 반전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군 사망자 수를 공식 발표한 건 딱 두 번. 가장 최근인 9월 21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장병 5,937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추정치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이 이달 1일 밝힌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수는 최대 1만3,000명.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20일 기준 러시아군 9만9,23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사상자 수를 둘러싼 추산과 주장이 난무하자 이들의 죽음을 기록하려는 필사적 노력이 잇따른다.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독립 언론 메디아조나와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군 전사자 신원을 한 명 한 명 확인하고 나섰다.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함께 지역신문 기사와 전사자들 묘비나 추모판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제보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그러모아 전사자 명단을 직접 작성하고 있다. 그 결과 이름이 확인된 러시아군 전사자 수는 이달 초 기준 1만2명이다. 메디아조나의 다비드 프란켈 통계 담당 기자는 "정부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사상자 수를 계산해야 한다"며 "러시아인들에게 전쟁 비용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난민 최대 3천만명...경제 피해 추산 어려워
고향을 등진 난민도 최대 3,000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유엔은 우크라이나를 떠나 유럽으로 향한 난민이 780만 명이라고 했지만, 이는 국경을 넘은 숫자일 뿐 자국 내서 집을 잃고 떠도는 이들까지 포함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97억 달러(약 26조 원)의 군사 지원을 했다. 이는 2005년부터 16년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지원한 무기 규모(186억 달러)를 웃돈다. 이와 별도로 130억 달러(약 16조 원)의 재정 지원도 한 바 있다.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입은 피해는 추산하기도 어렵다. 다만 IMF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GDP가 전년 대비 45% 이상, 러시아는 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반시설이 모두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경제 피해는 이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러시아 역시 석유수출 감소와 서방의 경제 제재 등으로 실제 입은 피해 규모는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산 동결과 개인과 기업 1,000여 곳을 제재하는 등 총 9차례 제재를 부과했다. 해상으로 운송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정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 조달을 막기로 했다.
어마어마한 인명과 경제적 피해에도 전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까운 미래에 평화 협상 가능성은 낮고,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2023년엔 평화가 도달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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