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공통 국익 커지고 있어…‘윈윈’ 위한 기술이전 필요”
한국과 베트남이 22일로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그사이 교역액이 160여배 증가할 정도로 상호교류는 급격히 증가했으며, 양국 관계는 이달 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응우옌 부 뚱 주한 베트남대사(59)는 경향신문과 만나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국익과 문화적 유사성을 기반으로 비교적 짧은 수교 역사에도 외교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무역 구조에 있어서도 “한국과 베트남의 공통 국익이 커지고 있다”며 양국 관계는 단순한 상호보완성을 넘어 “윈윈”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우옌 부 뚱 대사는 미국 대사관 부대사,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원장 등을 거쳐 2020년 8월 한국에 대사로 부임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베트남대사관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념 차이 넘어 ‘유사성과 국익’ 바탕으로 깊어진 관계
경제·안보 측면 이해 공유
문화·역사적 공통점도 있어
국익 바탕으로 관계 맺을 때
이념·체제 차이 중요치 않아
- 2년여 동안 한국에 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
“한국과 베트남 간 문화 유사성이 있어서 놀랐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이나 대화법이 베트남과 비슷해서 대화할 때 쉽게 서로의 공통점을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선 ‘나이가 어떻게 되냐’ ‘자녀가 있느냐’ 같은 인사를 쉽게 나누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질문을 편하게 할 수 있다. 협력관계를 추진할 때 잘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근 경북 봉화에 있는 베트남 리 왕조(11~13세기) 이용상 왕자 유적을 찾은 이유는.
“올해 양국 수교 30주년 기념을 맞아 양국 관계의 출발점을 파악해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교는 30년이지만 양국 관계는 더 오래됐다. 11세기부터 베트남인이 한국에 와 정착한 것으로 안다. 봉화군에서 리 왕조 이용상 왕자의 후손들이 세운 충효당을 방문했다. (이용상 왕자는 반란을 피해 고려로 와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됐다.) 베트남인들은 교과서를 통해 알고 있는 유적지다. 이 유적은 오래전부터 베트남인이 한국에 와 한국인의 환영을 받고, 한국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지낼 수 있다는 증명이다.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연결고리다.”
- 베트남전이라는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배경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국가들은 국가 발전, 평화 및 안정, 국제사회에서의 위신 상승이라는 세 가지 국익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는다. 양국이 공통적으로 이 세 가지 국익을 나눈다면 이념 차이, 정치 체제 차이, 발전 속도 차이는 전부 중요하지 않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는 보완성이 있다. 안보 측면에서도 양국은 아시아·태평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 한다. 그 외에도 양국은 문화적 유사성을 비롯해 둘 다 전쟁과 분단을 겪었다는 역사적 공통점이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이러한 3가지 공통 국익과 유사성을 바탕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발전해 왔다. 30년 전 양국이 관계를 설립하기 직전에 소련이 무너지고 냉전이 끝나면서 이념에 대한 차이도 어느 정도는 사라졌던 상태였던 것 같다. 과거 한국과 베트남은 강대국의 영향 때문에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없었지만 냉전이 끝나며 수교에 원활한 환경이 조성됐다. 수교 30년을 거쳐 양국의 공통적인 국익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양국 무역에서 한국은 흑자, 베트남은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평가는.
“무역적자에는 양국의 경제 구조가 다르다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무역적자 문제를) 감정을 담아서 보지 않는다. 베트남으로서는 장비와 원재료를 많이 수입해야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베트남 경제도 강해지면서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일본과 한국의 사례처럼 말이다. 그리고 한국 측에서도 베트남 제품을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무역적자 문제를 합리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양국은 교역액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공동선언을 했고, 베트남은 한국에 기술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 한국이 베트남에 기술이전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윈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경제협력에 있어서 베트남은 베트남 경제를 현대화·산업화해서 국제 경제에 통합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현재 베트남 경제는 노동집약적인 방법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랐다. 베트남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한국이 주최하는 공급망과 분배망, 가치사슬에 참여하고 싶다. 삼성이 현재 베트남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격상…문화·인적 교류도 기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격상 뒤
공동 공급망·남북 문제 등
국익 부합하는 분야 협력과
문화·인적 교류도 확대되길
- 한국과 베트남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발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선 ‘포괄적’의 의미는 이전보다 협력 분야를 더 많이 확대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경제협력을 할 때 수입·수출, 투자 관련 협력을 주로 했다면 격상 후엔 공급망 공동 참여, 친환경 기술이전 등이 포함될 길이 열린다. 또 국방·안보 협력을 통해 무기 공동구입, 생산·연구도 가능해진다. 외교 분야에서는 기존의 고위급 내지는 각 부처 간 교류에서 더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게 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의 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 협력이 심화되는 것이다. ‘전략적’의 의미는 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협력 분야 확대를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베트남에는 동해(남중국해) 문제, 한국에는 남북문제가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다른 강대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서로의 역내와 세계에서 협력 체제를 함께 구축할 수 있다.”
- 베트남에 한국 문화가 알려진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베트남 문화는 한국에 덜 알려진 것 같다.
“양국 간 문화 협력은 외교나 경제 협력에 비하면 아직 발전이 덜 됐다. 베트남 문화가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못한 문제는 양국 협력을 통해 균형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 우선 문화 사업, 콘텐츠 사업이 있어야 하고 홍보할 수 있는 문화 상품이 있어야 한다. 지금 베트남은 한국의 문화 홍보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베트남의 문화 상품으로는 문학, 영화, 미술, 음식 등 네 가지가 있다고 본다. 한국인에게 소개할 번역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 안심되는 것은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에 많이 왔다가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엔 연간 400만명 정도가 베트남을 찾았다. 그분들이 다녀오신 뒤로 베트남을 많이 알게 되고 한국에도 베트남 문화를 알리고 있다. 또한 한국에 있는 베트남 유학생, 결혼이주여성, 근로자들 또한 베트남 문화의 홍보자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에 베트남문화원을 설립할 계획은 없나.
“지난 10월 베트남 문체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 베트남문화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에 베트남문화원이 있다. 각각 정부 혹은 기업 자원이 투입돼 베트남 문화 구역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봉화군 충효당에서 베트남어 사업을 진행한 후 그 구역을 베트남문화원으로 선정할 수도 있고, 베트남인이 많이 모인 지역을 지정해서 베트남타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 기업, 식당, 문화시설 등이 한 군데로 모인다면 아무래도 더 깊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 한국에 있는 베트남 교민들에게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가.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교민들의 생활에 관심과 신경을 쏟고 있다. 한·베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들의 자녀인 2세대들이 베트남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할 줄 알게 되면 좋지 않을까. 최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이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셨다. 베트남 노동자가 한국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도록 돕는다면 이들이 나중에 베트남에 돌아가 창업이나 기술이전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유학생에게는 한국의 최신 지식을 가르쳐 이들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국 협력 인재가 됐으면 좋겠다.”
- 대사관의 2023년 계획은.
“2023년은 바쁜 해다. 양국이 관계 격상을 선포한 만큼 앞으로 30년, 미래 지향에 관한 사업이 많아질 것 같다. 관계 격상으로 인해 내년에는 고위급 방문단뿐만 아니라 각 부처와 지방 대표단들도 많이 방문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도 어느 정도 풀리게 되면 양국 관광객이 서로 오갈 테고 유학생과 근로자에 대한 지원 또한 노력하겠다. 한국의 베트남 교민 공동체가 날로 늘어가고 있어 대사관으로서는 국민 보호 작업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양국 관계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멀리 내다봐줬으면 좋겠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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