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상자 100명 이상 추정”…사라진 ‘구조 상황’ 보고

이지윤 2022. 12. 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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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참사 당일 소방당국이 대응 단계를 뒤늦게 올리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사상자가 100명이 넘을 수 있다는 현장 보고가 있었지만 대응 단계를 제 때 격상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보고 내용이 사고 이틀 뒤 작성된 보고서에선 아예 삭제됐습니다.

이지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참사 당일, 소방당국 관계자들은 신속한 상황 전파를 위해 사고 발생 7분 만에 SNS 대화방을 열었습니다.

밤 10시 59분, 현장 출동 대원은 대화방을 통해 "대응 단계"라며 "추가 출동 인원이 필요하다"고 알립니다.

이어 채 10여 분이 안 돼 "구급차가 많이 필요하다", "사상자가 100명 넘을 것 같다"는 추가 보고를 올립니다.

20명 이상 인명 피해가 예상될 경우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시도의 소방력이 총동원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밤 11시 13분, '대응 2단계'를 거쳐 11시 48분이 돼서야 '대응 3단계'로 격상합니다.

사상자가 백 명이 넘을 것 같다'는 보고가 있은 지 41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남화영/소방청장 직무대리/지난달 1일 : "추가적인 다수 사상자 발생으로 서울 소방에서 발령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인 대응 '3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관계 기관에 실시간 전파되는 '구조 상황 보고서'에도 '23시 7분, 부상자 1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이란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인 11월 1일, '상황보고서 18보'부터는 이 문구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늑장 대응' 지적을 피하려 삭제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윤건영/국정조사 특위 위원 : "현장 구조 요원들의 단계 상승 요구라든지 자원 요청들에 대해서 현장 지도부, 그리고 소방 지도부가 묵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있습니다."]

경찰 특수본은 '늑장 대응' 의혹과 관련해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입니다.

대응 단계 격상 요건에 해당하는 현장 보고 내용이 뒤늦게 삭제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조정석/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김지훈 김석훈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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