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 임시 철거…대체 공간 마련 촉구

윤기은 기자 2022. 12. 21. 21: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족·시민대책회의·상인 등 합의…정리작업 40분 가량 소요
다양한 물품들, 공간 마련 때까지 뿔뿔이 흩어져 보관 불가피
유족, 현장 인근 공공시설 원해…용산구는 “서울기록원 검토”
빠짐없이, 철저하게…조사 촉구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산하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가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철저한 현장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향했던 서울 용산구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이 21일 말끔하게 정리됐다. 참사 다음날인 지난 10월30일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은 참사 발생 53일 만인 이날 유가족과 이태원 일대 상인들이 이곳에 쌓인 추모·애도 물품들을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이내 정리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측은 이날 “시민들의 마음만큼 높게 쌓인 조화와 추모물품들, 추모 메시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에 물품을 보존하고, 이태원역 1번 출구가 모두를 위한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단장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대체할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요구하고 있다.

이태원역 앞 추모 공간은 이날 임시 철거가 결정되자마자 정리가 시작됐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이태원 상인, 지역 주민, 자원봉사자 등 50여명이 이날 오후 4시쯤 하얀 면장갑을 낀 채 눈·비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덮어뒀던 비닐을 가위로 뜯어내자 ‘슬프고 애통한 심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수천~수만장의 포스트잇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족들은 이 포스트잇을 두 손으로 감싸며 ‘메시지함’이라고 쓰인 상자에 고이 담았다.

“아이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유가족이 그동안 추모 공간을 관리하던 자원봉사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자원봉사자는 두 손을 내저었다. 5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임시 추모 공간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이태원 추모 시민자율봉사위원회’가 관리해왔다. 물품 정리 결정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상인 모임이 이날 상호 협의를 마치면서 이뤄졌다. 이날 정리 작업은 40분간 진행됐다. 추모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다양한 물품들은 뿔뿔이 흩어져 임시 보관된다.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 등은 유족 측 법률 대응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 임시 보관된다.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골목 벽면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은 현장에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각종 추모 물품을 장기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보존할지 등은 아직 숙제다. 희생자 유가족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 당시부터 한 달간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비롯한 6가지 요구안을 정부 등에 제시한 상태다.

민변의 윤복남 이태원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이날 통화에서 “오늘 서울시 측에서 추모·기억 공간 장소 후보 두세 곳을 보내왔다”면서 “용산구청 인근 민간 건물 한 곳 등이 포함됐는데 공공건물을 알아봐달라고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은 행정안전부에 참사 현장과 가까운 곳 또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공시설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 관계자는 “행안부, 서울시와 협의해 추모기록물은 서울기록원에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