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정지출 통한 경기부양은 안 해…다주택자 부동산 규제 대폭 완화
전기·가스요금 3년간 단계적 인상
육아휴직 8세서 12세까지로 확대
약자 지원보다 기업에 ‘몰아주기’
정부가 내년 한국 경제가 1.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금융위기 등을 제외하면 첫 1%대 성장으로 한국은행(1.7%),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전망치보다도 더 낮다. 통상 정부는 정책적 효과를 고려해 이들 기관보다는 전망치를 높게 잡아왔다는 점에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대신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업 감세,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해 민간과 시장이 재도약의 돌파구를 마련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긴축재정을 선택한 윤석열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폭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다. 예컨대 내년부터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도 집값의 30%(LTV 3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 미수금이 2026년까지 해소되도록 전기·가스 요금은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대중교통·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상향(40~80%) 조치를 내년에도 6개월 연장한다.
고용안정은 고령층과 여성, 청년 등 연령·계층별로 나눠 대책을 마련했다. 청년은 일자리 경험 확대와 맞춤형 고용서비스 강화, 기업 부담 경감 등을 통해서 17만명 이상의 청년에 대한 고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고령층 경제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65세 이후 신규 취업한 고령자를 실업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여성은 육아부담을 줄여서 경력단절을 방지하도록 했다. 육아기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 대상 자녀의 연령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제도의 사용 제한을 완화한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민간 기업을 통한 경기 활성화다.
5대 분야 중심 수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무역 금융 규모를 역대 최고 수준인 360조원을 확대한다. 내년에 투자를 늘린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인센티브를 준다. 기업 투자 증가분(직전 3년 평균 투자액 대비 해당 연도 증가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현재 3%·4%에서 10%로 일괄 상향된다. 지금까지는 일반·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에 각각 3%, 4%의 세액 공제율을 적용해왔다.
정부가 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지만, 긴축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한 ‘작은 정부’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경영학·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이 더 크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재정을 집중해서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기업에 지원을 몰아주는 방식은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준·반기웅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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