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BTS랑 떡볶이 좋아요"…한국 초등생 된 아프간 아이들
[모나와르 : 1학년 7반이에요.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지난해 탈레반을 피해서 우리나라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391명 가운데 절반 넘게는 미성년자였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으로 지낸 1년이 어땠는지,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아이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삼삼오오 학교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울산 동구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이 학교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로 온 특별기여자 자녀 26명도 다니고 있습니다.
[모나와르/울산 서부초 1학년 : '곰 세 마리'하고 '아빠 힘내세요'하고 '꼬마 눈사람' (좋아해요.)]
가정통신문엔 한국어 밑에 아프간어가 써 있고,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반도 생겼습니다.
충북 진천과 전남 여수의 임시생활시설부터 함께해 온 통역사가 학교에 상주하며 아이들을 돕습니다.
[김호산나/통역사 (타지키스탄 10년 거주) : 아이들이 저 볼 때마다 막 달려와서 안기고 이런 모습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빠르게 늘었습니다.
우리말로 시를 짓고, 동화도 만듭니다.
[파르니안/울산 서부초 5학년 : 동화책 만들었어요. '개미가 말했어요. 토끼야 당근 좋아해? 그래, 너무 좋아해.']
좋아하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파르니안/울산 서부초 5학년 : 떡볶이. 급식실에서 먹었어요.]
[아이샤/울산 서부초 5학년 : 저는 BTS 좋아요. 뷔, 뷔 좋아해요.]
쉬는 시간엔 서로 다른 반 학생들이 한데 모여 어울립니다.
[전윤성·서준혁/울산 서부초 4학년 : 친구 '무사'랑 5, 6학년, 그다음에 중학교 가서도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이제 모국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마라핫/울산 서부초 6학년 : 친구에게 편지 썼어요. 무바러, 한국에 오면 사진도 찍자. 너무 많이 보고 싶어.]
[임미숙/울산 서부초 교장 : 한꺼번에 많은 다문화가정이 갑작스럽게 이주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노력해준 결과 지금은 잘 어울리고…]
졸업을 앞둔 6학년 담임 선생님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박지영/울산 서부초 교사 : 소중한 시간들을 잘 기억하고, 그 마음을 끝까지 간직해서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길 선생님은 기도할게.]
고국을 떠나는 일이 어려웠지만,
[마르지아/워헤드 엄마 : 카불공항에서 탈레반이 앞에 나오지 말라며 폭력을 썼어요. 그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한국에 왔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5살 막내딸이 TV로 한국 노래를 듣고, 12살 첫째는 한국어 발표 대회에 나가 은상을 받아왔습니다.
[워헤드/울산 서부초 6학년 :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도둑을 잡고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요.]
워헤드의 아빠는 아프간의 수도 카불의 간호사였습니다.
[압둘아하드/워헤드 아빠 :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5년 동안 일했어요. 아프간 사람보다 한국 동료들이 더 많았어요.]
한국에선 간호사 자격이 인정되지 않아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압둘아하드/워헤드 아빠 : 일이 힘들지만,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 살게 돼 괜찮습니다. 지금 사택은 2년 정도 일단 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특별기여자들을 데려온 작전의 이름은 '미라클'. 즉, '기적'이었습니다.
다만 이들이 마주하는 삶은 기적이 아닌 현실이기에 앞으로도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해보입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대현·황의연 / 인턴기자 : 이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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