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늑장 출발 이태원 국조, 참사의 진실·책임·대책 다 찾아내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가 21일 첫 현장조사에 나섰다. 열흘 전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후 국조를 보이콧한 여당 의원들도 전날 유가족 면담 후 특위 활동에 동참했다. 특위가 가장 먼저 찾은 시민분향소에선 “왜 이제야 왔느냐”는 유족들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참사 발생 54일, 국조특위 출범 27일 만에야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작업이 첫발을 뗐다.
첫날 현장조사는 이태원파출소·서울경찰청·서울시청에서 이뤄졌다. 참사 4시간 전부터 112신고가 쏟아졌고,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정복 경찰만 세워 통제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긴급출동명령에도 경찰이 제때 출동하지 않고, 유관기관까지 재난상황 보고·전파가 늦었던 이유도 핵심 조사 항목이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참사 발생 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본 ‘45분간의 골든타임(오후 11시)’까지 허점투성이였던 초동 대처를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만시지탄일 뿐이다.
국조 과제는 산적해 있다. 경찰 수뇌부·행안부 장관·서울시장·대통령이 왜 골든타임 뒤에 참사를 알았는지 밝혀야 한다. 국가 지휘라인의 참사 축소·책임 회피·거짓말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경찰 수사는 50일째 행안부 장관·경찰청장 집무실 압수수색도 못하고, 이제서야 현장지휘관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국조는 ‘셀프·늑장 수사’에서조차 단초를 드러낸 참사 원인과 국가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예산·법이 뒷받침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조는 형사 처벌로 제약된 수사와는 달라야 한다. 지위고하 없이 책임을 엄히 추궁하고, 다시는 정부·국회가 재난을 수수방관하지 않도록 종합보고서도 써내야 한다.
또 하나 상기시킬 것은 정부·여당의 태도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0대 생존자의 비보에 “더 굳건했더라면”이라는 망발을 하고,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참사 영업”이라는 막말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대책위를 폄훼했다. 권성동 의원과 창원 시의원에 이어 벌써 몇번째인가. 유족도 할퀴고 참사 수습에도 소금 뿌리는 정부·여당의 2차 가해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여당은 늦게나마 동참한 국조에서 증인 채택과 진상 규명에 진정성 있게 임해야 한다.
국조는 향후 현장조사 한 번, 기관보고 2회, 3일간의 청문회 일정을 잡고 있다. 활동기간으로 잡은 45일은 이미 절반이 지났다. 여야는 당초 약속대로 시간을 늘려서라도 국조를 진행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다수 뜻대로 이 장관을 문책하고, 서울시는 기억·추모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유족 소망에 서둘러 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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