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인도적 지원은 제재 예외” 천명, 대북 제재 영향 주목한다
미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국제 제재의 예외를 적용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새삼스럽게?’라는 의문이 제기될 법하다. 미국은 북한, 이란 등에 포괄적인 제재를 가하면서도 표면상으로 늘 ‘인도적 지원은 예외’라는 단서를 붙여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방침을 굳이 “역사적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발표한 배경에 관심을 갖게 된다.
미 재무부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 2664호에 따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취약한 사람들의 기본적 요구를 지원하는 합법적 인도 지원의 흐름을 좀 더 원활하게 하는 역사적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의 활동, 비정부기구의 재난구호, 보건, 민주주의, 교육, 환경보호, 평화구축 등 활동, 농산품·의약품·의료용품 제공 등이 원칙적으로 제재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미국은 북한, 이란, 시리아 등 국가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며 인도적 지원은 예외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안별로 매우 까다로운 심사를 받게 함으로써 인도적 지원 활동을 어렵게 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2016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미국과 유엔은 매우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며 사실상 해외 기관의 북한 내 인도적 지원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2016년 미국의 한 대북 구호 활동가는 “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 금속이라는 이유로 주사기 바늘을 반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핵개발 제재를 넘어 유엔 정신에 반하는 수준이다.
같은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도 미국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에는 미국의 의지와 반성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뒤늦게라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로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국이 이런 변화를 꾀한 배경에는 국제사회가 3년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보건 위기, 재난 상황 등에 보다 실효성 있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점이 있다. 미국이 특별히 북한을 염두에 두고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닐 수 있다. 2016년 이후 대북 제재는 북한의 광물·식량·석유 등의 수출입을 금지하는 등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인해 제재가 유의미하게 약화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국제기구와 민간 단체들의 운신의 폭이 생겼고, 오랫동안 중단된 대북 식량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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