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위기에 내수·취약계층 대책 빈약한 내년 경제정책방향
정부가 21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놨다. 경제성장률을 사실상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6%로 제시한 가운데 위기 극복과 재도약 방안들을 담았다. 주요국 경기위축 등 대외여건 악화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국내 경기회복이 어려운 복합 위기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우선 과제다. 하지만 위기극복을 위해 민간활력을 높이겠다며 대대적인 감세와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은 반면, 내수대책이나 취약계층 지원 방안은 빈약해 균형감을 느낄 수 없다.
부동산 분야에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한편 임대사업자 지원조치를 부활한 것은 주택투기를 되살릴 불씨가 될 수 있다. 시장급락을 막고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라지만 부유층의 불로소득을 키우고 청년세대의 자산 불평등을 확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주택자들의 처지를 헤아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지원책은 두툼한 반면 세입자 지원대책은 빈약하다.
민생대책으로는 유류세 인하와 농축수산물 할당관세 연장, 대중교통·주택담보대출 이자 소득공제율 상향과 노인·취약계층 공공일자리의 일부 시행 정도가 눈에 띈다. 고물가와 임금정체·감소로 고통이 클 취약계층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외에는 내수 대책도 이렇다 할 게 없다. 거시경제 위기는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이런 경제 운용은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예상된 터다. 감세와 건전재정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려니 내수·취약계층 대책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고통이 집중될 내년을 넘기려면 재정운용에 신축성을 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새겨야 한다. 재정건전성은 급한 불을 꺼놓은 다음에 따져도 늦지 않다.
정부는 내년부터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개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시민사회와 노동자들의 협력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추경호 부총리는 위기 극복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불통의 자세로는 구조개혁은커녕 경제정책 과제의 입법작업조차 여의치 않아 보인다. 집권 2년차이자 최대 경제 고비가 될 2023년을 재도약의 한 해로 만들려면 정부의 근본적인 자세전환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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