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포스트 모던 어린이 전
[KBS 부산] 포스트 모던 어린이 전시회.
약간 기묘한 전시회 제목이 왠지 낯설고 관람객 마음을 복잡하게 하지만 전시장 입구 바닥부터 시작하는 화살표 작품 '따라와'는 익숙한 방향타 역할을 하며 두려워 말라고 말해줍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하지만 사실은 산부인과 출산 의자를 본떠 만든 작품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마음을 열면 포스트 모던 어린이를 만날 준비는 끝납니다.
부모님이 찍어준 작가 자신의 어릴 때 사진을 그림으로 옮겼지만 아이 표정은 뚜렷하지 않고 배경은 어둡습니다.
어린이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불안한 표정은 어른 시각으로 우리를 함부로 재단 하지 말라는 무언의 항의 같습니다.
만화나 동화 주인공을 우리가 알고 있던 고정된 모습에서 조금씩 변형해 해방 시킨 이 작품들은 그래서 주인공 이름이 '?' 입니다.
도자기지만 우리가 평소 떠올리는 형태는 하나도 없습니다.
기존 틀을 깨자 새로운 작품 세계가 열립니다.
교과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지우고 공부한 흔적만 남기자 이것도 작품이 됩니다.
기존 질서와 고정 관념을 강요하는 모습을 풍자한 네 컷 만화는 이번 전시회 주제와 맞닿습니다.
[최상호/'포스터 모던 어린이' 전시회 학예사 : "우리의 인식 체계에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사실 이 전시도 똑같거든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더 다양한 존재가 될 수 있는데 이렇게 너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해, 이러면서 더 나아갈 수 있는 존재를 거기에 딱 가두어 버리는 그런 것들을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순수하고 화려한 색감에 글자가 섞인 '읽을 수 있는 그림'은 어린이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갑니다.
딸이 갖고 놀던 스티커로 한땀 한땀 써 내려간 '사랑해'란 글자는 암으로 먼저 떠난 딸에 대한 그리움을 너무나 직설적으로 표현해 더 슬픕니다.
곧 사라질 사이보그들의 맥락 없는 대화를 듣다 보면 마치 순수한 아이들의 수다 같아 절로 미소를 머금습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도 전시장에 걸렸는데 그 속에 숨어 있는 비디오 아트 거장 백남준 작품이 아이들 그림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잠깐 놀랍니다.
무거운 주제 같지만 아이들 눈에 맞춰 한 문장으로 쓴 간단한 작품 설명은 더 잘 읽히고 이해도 쉽습니다.
작품 해설집도 어린이용과 어른용을 구분해 앞뒤 하나로 묶었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단상도 만들고 작품은 낮게 걸었습니다.
[강승완/부산현대미술관장 : "어른은 어른의 시선에서 작품을 보게 되고 아이는 아이의 시선에서 작품을 보게 되고 이해하는 방식도 다르고, 어른과 어린이 하나의 시각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통해서 이 전시를 해석하고 또 볼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그런 전시가 준비돼 있습니다."]
접시에 담긴 음식을 마음대로 헝클수 있는 놀이, 손짓 하나로 비디오 화면을 움직이는 '산만한 놀이'는 어른에게도 작은 해방감을 맛보게 합니다.
전시장 끝, 8개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작은 영화관은 아이들 휴식처입니다.
훈육의 틀에서 해방 시켰을 때 우리 아이가 가질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포스트 모던 어린이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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