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절반이 난방비, 어떻게 살아요”…등유·연탄값 상승에 눈물
경상북도 안동에서 아내와 함께 사는 김 모씨(62)는 “작년에는 같은 양으로 등유를 사면 50만원도 들지 않았는데 부담이 너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와 같은 가정에서는 겨울철에 한 달에 등유 1드럼 가까이 쓴다. 매달 난방용 기름값만 30만원 가까이 내야 하는 것이다. 김씨는 “그나마 시골에서는 기름값을 아끼려고 나무를 떼서 난방을 하는 집도 꽤 있다”고 전했다.
전국에 많은 눈과 함께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가 시작된 가운데 취약계층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던 난방연료인 등유와 연탄 가격마저 최근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에너지 바우처를 비롯한 난방비 지원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사는 70대 기초생활수급자 박 모씨가 한 달에 받는 생계급여는 58만원가량에 불과하다. 한 달에 난방용 등유를 사고 나면 30만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 박씨는 “겨울에는 죽고 사는 문제니 돈을 안 쓸 수도 없다”며 “최대한 아껴야지 별 수 없다”고 말했다.
연탄을 떼는 집들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경기침체로 인한 후원 감소와 연탄가격 상승이 동시에 겹쳐 연탄 부족현상이 커졌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동절기(9~11월) 연탄 후원은 25만장 수준으로, 지난해 47만장에서 급감했다. 연탄배달에 드는 인건비가 올라 연탄 한 장에 1000원을 넘어선 것도 부담이다. 본격적으로 추위가 닥친 12월에도 이를 만회할 만큼 후원이 늘지 않아 연탄을 떼는 노인들도 하루 5장 쓸 연탄을 2~3장만 쓰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취약계층 ‘에너지난’에 정부가 내놓는 지원책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는 저소득층이 기름, 연탄 등을 살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면서 올해 단가를 두 차례나 인상했다. 117만6000여 가구에 평균 약 18만5000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급등한 연료 단가에 비춰보면 큰 도움은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어르신들의 경우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민 의원은 “이들 바우처 미발급 가구의 경우 100% 기초생활수급자로, 보건복지부에서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각 부처와 지자체간 협업만 이뤄진다면 해소가 가능함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복지사업은 예산을 확대하는 것 못지 않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말 복지가 필요한 소외계층이 사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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