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CEO 그만둔다…테슬라 주가 오를까[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테슬라와 트위터의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후임자를 찾는 대로 트위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간 트위터 리스크로 주가가 폭락하던 테슬라가 안정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장 마감 후 전해진 이 소식에 일단 테슬라의 주가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0.9%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외거래에서 주가 상승폭이 1%도 안 됐다는 점은 머스크의 트위터 CEO직 사임이 투자자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를 단숨에 해소해줄 만큼 강력한 호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머스크의 트위터 CEO직 사임은 테슬라를 둘러싼 문제들을 푸는 단초일 뿐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언제 트위터의 새로운 CEO를 구할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의 트위터 CEO직 사임은 그간 테슬라 투자자들이 걱정해왔던 테슬라의 리더십 공백 문제는 해결해준다. 머스크가 테슬라에 좀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려 지속적으로 테슬라 주식을 팔면서 오버행 문제가 발생한 점과 머스크의 정치적 트윗과 트위터 운영 방식으로 테슬라 브랜드가 훼손된 점이 더 큰 부담이었다.
머스크가 트위터 CEO직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트위터의 적자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테슬라 낙관론자였던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지난 19일 "실패한 가입자 인증 계획부터 언론인들의 트위터 계정 정지 조치, 매일 제기되는 정치적 논쟁 등으로 광고주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트위터의 연간 적자 규모가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또 머스크가 테슬라를 "자신의 개인적인 ATM"으로 여기고 있다며 트위터에 돈이 필요할 때마다 테슬라 주식을 파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 같은 우려와 비난은 머스크가 지난주 테슬라 주식을 또 35억달러 가량 팔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이 매도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더욱 고조됐다.
에버코어의 애널리스트들은 20일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35억달러 더 팔고도 "'이제 테슬라 매도는 없다'는 트윗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인 콜린 러쉬는 지난 19일 "트위터의 불확실한 현금 필요 액수와 이 필요를 채우기 위해 머스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러쉬의 지적은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파는 것 외에 트위터의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별로 없음을 시사한다.
결국 트위터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경영 정상화 계획이 나오면서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더 이상 매도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는 한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도할 수 있다는 잠재된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버코어의 애널리스트들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주에서 테슬라 구매가 많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형적인 전기차 구매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이제 (테슬라의) 미국 브랜드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독려하는 등 친 공화당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글들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미 골드만삭스의 마크 델러니와 뉴 스트리트 리서치의 피에르 퍼라구, 웨드부시의 아이브스 등도 머스크의 트위터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언급해왔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테슬라의 트위터 이슈에서 머스크가 트위터 CEO직을 물러나면 즉시 해결되는 테슬라의 리더십 공백이 가장 미미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2개 리스크가 그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라는 뜻이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테슬라가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지난 10월부터 테슬라 주가에 하락 모멘텀이 쌓이면서 2021년 초부터 시작된 헤드 & 숄더(머리와 어깨) 모양이 완성돼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헤드 & 숄터 모양은 주가가 사람의 머리와 어깨 오양을 그리면서 가파르게 올랐다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페어리드 스트래터지의 창업자인 케이티 스톡튼은 "기술적 분석은 시장 심리를 보여준다"며 "투자자들은 과거 경험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기술적이든, 펀더멘털 측면에서든 특정 주가 수준이 좋은 진입 시점이라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주가가 올들어 처음 200달러가 깨졌을 때부터 헤드 & 숄더 모양의 완성을 위해 주가가 10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던 22V 리서치의 상임 이사인 존 로크는 "지지선이 깨지고 나면 주가는 투자자들이 가치가 있다고 느낄 만큼 충분히 싸질 때까지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150~166달러가 마지막 주가 방어선으로 여겨졌다. 150달러는 심리적 지지선이고 166달러는 이달 들어 주가가 급락세를 타기 전인 지난 11월22말에 기록한 장중 최저치이다.
배런스는 지금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는 투자자들은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감수하고 테슬라 주식을 샀던 성장주 투자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테슬라 주가가 많이 하락했지만 가치주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에서는 테슬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가치주 투자자들은 올해 순이익 전망치 기준 PER이 7배도 안 되는 GM 같은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다.
테슬라가 22V 리서치의 로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 100달러까지 내려오면 내년 순이익 기준 PER이 대략 17배가 된다. 배런스는 그 때가 되면 가치주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배런스는 수주일 내에 테슬라의 올 4분기 전기차 인도량과 실적 등이 공개된다며 긍정적인 수치가 나온다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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