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EQT, SK쉴더스 인수금융 난항…'고금리에 평판 리스크까지'
베어링PEA의 '계약 해지' 평판 리스크 존재
급등한 금리 부담에 투자 규모 줄일 수도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EQT)가 SK쉴더스 인수금융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SK쉴더스 현 대주단에 3% 수준의 기존 금리 조건을 유지해달라고 제안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EQT가 최근 인수한 베어링PEA가 PI첨단소재(178920)를 인수하겠다며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평판 리스크로 작용해 SK쉴더스 인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는 최근 SK쉴더스 대주단에 기존 인수금융 상환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주단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QT는 서상준 한국법인 대표가 직접 시중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을 상대로 인수금융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SK쉴더스의 지분을 가진 SK스퀘어(63.13%)와 맥쿼리자산운용(36.87%)은 지난 2020년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을 통해 3.2%의 금리로 2조원을 조달한 바 있다.
EQT는 맥쿼리자산운용(36.87%)의 SK쉴더스 보유 지분과 SK스퀘어(63.13%) 보유 지분 일부에 신주를 더해 최대 70%까지의 지분 확보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만큼의 지분 인수를 위해선 3조~4조원 수준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인수금융 금리 역시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실제 인수하는 지분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인수금융은 경영권이 바뀌면 통상 전액 상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쉴더스와 공동으로 경영하는 형태라 할지라도 최대주주가 EQT로 바뀐다면, EQT로서는 인수 자금을 새로 조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인수금융 금리는 8%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PI첨단소재 인수를 철회한 베어링PEA의 평판 리스크 역시 EQT로서는 부담스럽다. EQT는 올 들어 베어링PEA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최근 베어링PEA가 PI첨단소재를 인수하겠다며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맺은 상태에서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계약에 의거해 해제권을 적법하게 행사했다는 게 베어링PEA의 입장이지만, 현재 PI첨단소재 최대주주인 글랜우드PE는 위약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베어링PEA의 주당 인수가는 계약 체결 당시 주가(5만5000원)에 60%의 프리미엄이 붙은 약 8만원 수준이었지만, 인수 이후 주가는 급격히 떨어지며 3만원대까지 내려왔다. 베어링PEA 입장에서는 계약을 하자마자 담보인 기업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자금을 빌린 곳에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EOD(Event of Default, 기한이익상실)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베어링PEA가) 적어 낸 매입단가의 30~40%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차라리 KCC나 롯데처럼 그 사업을 영위하고자하는 의지가 있는 회사가 사 갔다면 딜을 완수하기 조금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베어링PEA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생긴 평판 리스크가 EQT의 SK쉴더스 인수에 걸림돌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어링PEA로서는 자신들의 고객인 LP(출자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급등한 금리로 인해 인수금융 부담이 커지는 만큼, 당초 생각했던 투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은 다분하다. EQT는 2대주주인 맥쿼리자산운용이 보유한 36.87%의 지분을 1조4000억원 수준에 인수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SK스퀘어 보유 지분과 신주까지 인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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