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일손 없으니 그냥 출근해”…中 ‘무계획 방역’ 유턴
쓰촨성 충칭과 구이저우성 구이양, 안후이성 우후시 등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존에는 ‘폐쇄형 루프’라는 제도를 도입해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출입을 제한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조업인력이 부족해지자 지방 정부가 경증 환자는 출근하도록 방역 수칙을 바꾼 것이다. 남부 제조기지 둥관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는 직원의 85%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공장에서는 1~2일마다 진행하던 전직원 코로나19 검사도 폐기했다. 상하이 테슬라 기가 팩토리와 창춘 폭스바겐 공장에서는 수천 명 근로자 전체 대상의 검사는 없애고, 감기 증상이 있는 직원만 검사를 하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제공할 의약품과 진단키트 등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분투한다고 WSJ는 전했다. 상하이에 있는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에릭 정 의장은 “이제는 정부 지침이 거의 없어 (제로 코로나와 반대되는) 또다른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의약품과 진단키트 재고가 떨어져 회사에서 제각기 의료용품 수급에 골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제로코로나에서 ‘무계획’ 방역으로 유턴했다”며 제로코로나 폐기 후 방역 정책이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약국마다 해열제가 동난 ‘해열제 대란’ 역시 제로코로나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현지 매체에서는 지난 3년간 중국이 해열제, 기침약, 항생제 등 코로나19 확진자에 처방하는 약 판매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이 줄도산했다고 전했다. 방역 완화에 앞서 제약사에 생산을 늘리라는 지침을 먼저 내보냈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의약품의 기본 수급조차 사전에 예측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갑작스런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생긴 혼돈의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20일 기준 중국 전역에서는 전날 대비 중증 사례가 53건 증가했으나, 당국은 전체 중증환자 수를 공개하지 않아 실제 인원을 짐작할 수 없다.
제로코로나 폐기 이후 중국이 ‘신규 감염원’으로 급부상하면서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종료 선고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내년 중 코로나 대유행 비상사태가 종식될 것으로 희망했으나, 중국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며 상황이 급변했다.
네덜란드 바이러스 학자인 마리온 쿠프만스는 “세계 상당 부분이 두 번째 물결에 접어들고 있는데, 이를 포스트 팬데믹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가 문제”라면서 “중국의 파동은 와일드카드(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중국에 코로나 백신 등 지원책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우리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우리는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국가들을 계속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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