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강아지 배달통에 잡아 넣고 도망친 라이더… "돌려달라"했더니 '횡설수설'

[파이낸셜뉴스] 한 반려견 주인이 산책 도중에 배달기사에게 강아지를 도둑맞았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렸다.

1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A씨가 '배달기사가 저희 집 강아지를 데려갔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강아지를 잃어버린 것은 지난 18일 오후 5시30분쯤이었다.

이날 강아지를 산책시킨 건 A씨가 아니라 그의 이모였다. A씨의 이모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산책 중 어느 순간 강아지가 보이지 않아 놀란 마음에 공원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강아지는 이모 근처에 있었고 이모를 뒤따라 공원으로 향했다.

A씨의 반려견 시츄를 지켜보다 훔쳐 간 배달기사. ('블라인드' 갈무리) /사진=뉴스1

그런데 이를 지켜보던 배달 기사 B씨가 강아지를 조심스레 뒤따라가 냅다 잡아서 자신의 오토바이 배달통에 집어넣었다. 이후 B씨는 주위를 확인한 후 이내 강아지를 데리고 사라졌다.

강아지가 사라진 소식을 전해들은 A씨는 이후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모든 과정은 2분이 채 안 걸렸다.

배달기사의 흔적을 수소문 하던 A씨는 결국 B씨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A씨가 강아지를 돌려달라고 하자 B씨는 "(자신이)배달 다니는 사이에 개가 없어졌다"며 "(통에서) 뛰어내린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반려견 주인 A씨와 배달기사 B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뉴스1

A씨는 커뮤니티에 "저희 강아지는 이미 한 번 버려졌던 아픔이 있는 강아지"라며 "뒷다리 다 부러지고 아사 직전에 발견했는데 저희 언니 병원에서 치료하다 정들어서 데리고 왔다. 골반이 다 부러졌다가 겨우 붙인 거라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 오토바이 배달통 높이에서 뛸 수가 없다"며 B씨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A씨는 강아지를 직접 찾기 위해 B씨에게 배달 다닌 아파트라도 알려달라고 사정했지만 B씨는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으며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차라리 그 사람이 데리고 있고 모르쇠 하는 거라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 추운 날씨에 길가에 버리거나 잃어버리기라도 했다면 정말 끔찍하다"라고 잃어버린 반려견을 걱정했다.

A씨는 "이후신고를 했고, 경찰이 CCTV를 추적한 뒤 기사를 불러 조사한다고 했다"며 누리꾼에게 "서울 노원구 쪽에서 돌아다니는 시츄 발견하면 꼭 연락 바란다"고 부탁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A씨에게 B씨를 절도죄로 고소할 것을 강권했다.

누군가가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임의로 데려갔을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돼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반려동물을 몰래 훔친 경우로 인정되면 절도죄가 성립돼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6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