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협상 번번이 엎어지자…“23일 처리” 못 박은 김진표

엄지원 2022. 12. 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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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오는 23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등을 놓고 여야가 3주 가까이 대치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처리 시한을 못박아 배수진을 친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본회의를 열어 어떤 방식으로든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선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의 입법 기능마저 '올스톱'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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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이태원 국조 시급 판단한 듯
법인세·경찰국 예산 등 이견 좁혀
물밑협상 뒤 ‘대통령실 양보’ 관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4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오는 23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등을 놓고 여야가 3주 가까이 대치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처리 시한을 못박아 배수진을 친 것이다. 여야는 성탄절 전 예산안 처리를 목표로 막판 물밑협상을 이어갔다.

김 의장은 21일 입장문을 내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23일 오후 2시에 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합의안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본회의를 열어 어떤 방식으로든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김 의장의 중재안(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 행정안전부 경찰국 등 예산 예비비 지출)을 중심으로 협상안을 미세조정해왔지만 대통령실의 미온적인 태도로 번번이 협상이 엎어지자 김 의장이 여권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안의 쟁점을 놓고 여야는 이견을 상당 부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의 경우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수정안을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25%에서 24%로 내리는 김 의장의 중재안에 더해, 과표 200억~3000억원(22%), 5억~200억원 구간(20%)에서도 1%포인트씩 내리자는 내용이다.

경찰국(행정안전부)·인사정보관리단(법무부) 등 시행령 예산과 관련해서도 김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7000억원 증액을 주장해온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일부 증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국회의장 중재안에서 추가적인 양보를 고려하는 것은 시행령 예산 등 정치적 쟁점에 매달리기보다 민생예산을 확보하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여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 ‘예산안 때문에 국정조사가 망가져선 안 된다. 국정조사는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가 양보를 해서라도 국정조사 기간 연장 등에서 여당을 설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협상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제 다른 선택은 없는 것이고 어느 한쪽의 결단만 남은 거 아니냐”며 ‘밀고 당기기’를 이어갔다.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여야가 22일 밤까진 최종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관건은 대통령실의 ‘양보와 결단’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나 정부·여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이렇게 시간끌기로 국민들께 부담과 걱정을 끼쳐드리면서 신경전을 이어갈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여권을 압박했다.

시민사회에선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의 입법 기능마저 ‘올스톱’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산적한 민생 현안을 위한 입법 논의도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여당은 대화의 여지조차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거대 야당은 어느 정도의 정치력도 보여주지 못한 채 정부·여당에 끌려가고 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와 시민에게 돌아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엄지원 umkija@hani.co.kr 서영지 기자 youngji@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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