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부해야 미래에 행복하다? 누구를 위한 사회와 학교인가요

한겨레 2022. 12. 2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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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본법 릴레이 기고 ①교육권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10월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성지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동인 | 여수여자고등학교 2학년

교육권이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 또는 교육을 할 권리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31조)에 따라 교육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인정한다.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 교과서에서는 교육권을 사회권의 하나로 분류하며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밝히고 있다.

1991년 우리나라는 전 세계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협약은 교육의 목적을 인격과 재능,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마음껏 개발하고 인권과 자유, 이해와 평화의 정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방법 등을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협약 당사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이에 동의하고 따르기로 했다. 이렇게 제도적, 사회적으로 교육권을 인정하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아이들은, 청소년들은 교육권을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

매일 아침 6시에 하루가 시작된다. 등교할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시험기간이나 축제기간 등 바쁜 날은 아침식사를 거른다. 버스를 타고 등교해서는 수업시간 50분, 쉬는 시간 10분을 7번 반복한 뒤에야 학교생활을 마친다. 하지만 일이 있거나 시험기간에는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해야 하고, 이런 날은 집에 가면 10시가 훌쩍 넘는다. 방학에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고 생활기록부를 채우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해야 한다.

이는 나와 내 친구들의 일상이자, 우리나라 대다수 고등학생의 일상이다.

이렇게 바쁜 주중을 살면 행복한 주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휴일은 말 그대로 쉬는 날이 아닌 학교공부의 연장선에 있는 날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매달 모의고사와 시험이 반복되고 순식간에 1년을 보낸다. 시험에서는 방금까지 떠들며 놀던 친구들과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경쟁한다. 이렇게 상대평가와 경쟁이 만연하고 휴식 없이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사회와 학교에서 아동들은, 또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전 세계 72개국 15세 학생 54만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 성취동기, 신체활동, 부모와의 관계 등을 조사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학생 웰빙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가운데 주당 60시간 이상 공부한다고 답한 학생들 비율은 23.2%로 OECD 평균(13.3%)의 두배에 가까웠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는 대신, 방과 후나 수업 전 스포츠를 하는 학생 비율은 46.3%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차지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21년 12월 만10~18세 미만 전국 아동·청소년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인지적 기술을 충분히 배우고 있다는 응답이 38.9%인 반면, 사회적 기술(25.9%), 정서적 기술(17.7%), 신체적 기술(17.3%), 창조적 기술(15.9%)은 크게 낮았다. 시험에 대비한 지식습득에만 열중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준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제도적이고 사회적으로 아동의 교육권을 강조하고 중요시하지만, 현재 사회와 학교의 현실이 정말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권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보장하며 잘 지키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아동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아동이 진정 행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꿈을 꾸는 곳이 되기 위해 국가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아동권리협약을 완벽하게 이행하기 위해 국가는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아동중심적이고 인지적인 조직과 정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과 학교가 변화할 시작점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강조하는 교육의 목표를 바탕에 두고 당사자인 아동의 시각과 목소리에 우선 귀를 기울이는 것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아동기본법은 필수다. 이제는 아동을 성인의 관리가 필요한 교육이나 보호의 대상이 아닌 존엄한 인격체로 대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들의 목소리를 듣고 아동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많은 아이가 교육으로 받는 고통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동기본법 제정은 이런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학생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도록 하는 변화의 동력이 될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비준 31년 만에 정부가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아동정책의 기본적 이념과 목표를 제시하고 아동의 핵심적 권리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책무 등을 규정한 이 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까.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세차례에 걸쳐 아동·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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