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노동개혁안? 친기업 개혁안?
[KBS 광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밑그림이 공개됐습니다.
정부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노동개혁 권고안을 제시한 건데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에 관한 개선안인데, 핵심 내용은 윤 대통령이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주52시간제 개편'입니다.
현재 일주일 기준 법정노동시간은 40시간, 여기에 연장근로는 12시간까지 가능한데요.
연구회는 이 연장근로시간을 주간 단위가 아니라, 한 달부터 분기와 반기, 연 단위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권고했습니다.
취지는 일하는 방식에 있어 노사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건데요.
일주일 기준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확대한다고 가정해볼까요.
12시간에 월평균 주수인 4.345주를 곱하면, 한 달에 연장 가능한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 됩니다.
이 최대 연장노동시간 52시간을 한 주에 몰아 쓴다면, 일주일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해지는 건데요.
하지만, 연구회는 월 단위 이상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해 건강권을 보장하도록 단서조항을 달았습니다.
이 단서 조항을 적용해서 계산해볼까요.
하루 24시간 가운데 연속휴식시간 11시간을 빼면, 하루 13시간 근로가 가능한데요.
여기서 4시간마다 30분씩 부여하도록 한 휴게시간을 빼면, 하루 최대 11.5시간의 근로가 가능해진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일주일에 최소 하루의 휴일을 보장하고 있으니, 최대 6일을 일하더라도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이라는 게 연구회의 설명입니다.
[권순원/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 : "연장근로 허용 한도를 포함하면 69시간까지 가능한 것은 맞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빈번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휴게시간 포함해 하루 13시간 근무를 위해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게 되는 건데요.
물론 최대로 일했을 때를 가정한 계산이긴 하지만, 저녁없는 삶으로 회귀할거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권고안에서는 또, 중소기업 대상 임금체계 구축 지원과 업종 간 과도한 임금 격차 해소 등 임금체계 개편 등을 주문하고,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돼있는 파견법의 허용 업종과 대상기간 조정, 파업시 대체근로 사용범위 등에 대한 개선도 함께 주문했는데요.
노동계는 곧바로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주에 하루 이상 휴일을 보장하도록 한 조항도 완전한 금지조항은 아니어서, 하루 11.5시간씩 일주일에 최대 80.5시간의 노동도 얼마든지 가능해, 극한 노동으로 내몰릴 거라는 겁니다.
또 파견법 허용 확대와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등은 그동안 경영계가 요구해온 내용으로, 노골적인 친기업 개혁안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상권/노무사/금속노조법률원 호남사무소 : "절대적인 노동시간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휴식시간도 보장되지 못하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후퇴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긍정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고, 정부의 무능 때문에 가려져있던 반노동적 면모가 본격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928시간, OECD 평균보다 2백 시간이 많습니다.
연구회는 노사합의 등 충분한 의견수렴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신속한 추진 의지를 밝혔는데요.
노동계는 벌써부터 노동자 건강권 악화와 고용시장 악화 등 우려를 쏟아내는 상황,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인 적잖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하선아 기자 (sa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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