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국조특위, 한달만에 현장조사…경찰·서울시 대응 '질책'(종합)
우상호 "책임 명확히 따지겠다"…오세훈 "책임 다하지 못했다는 깊은 자책감"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정윤주 기자 =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1일 첫 현장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국정조사 계획서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특위가 닻을 올린 지 약 한 달만이었다. 10·29 참사 발생일 기준으로는 53일만에 열린 현장조사였다.
애초 이날 현장 조사는 야(野) 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만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국민의힘이 특위에 복귀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동으로 진행됐다.
우상호 위원장(민주당)을 비롯한 특위 위원들은 먼저 녹사평역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분향소에 있던 유족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일부는 "국정조사 진실규명" 구호를 연신 외쳤다. "왜 이제야 왔느냐"는 고함도 들렸다.
분향소 인근에는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가 '국정조사 반대' 집회를 열고 있었다. 유족들은 전날 국민의힘과의 간담회에서 이들의 집회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조문을 마친 특위는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로 향했다.
우 위원장은 골목길 초입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좁은 곳에서 158명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국정조사를 통해서 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소방관계자의 당시 현장 상황을 보고 받은 특위 위원들은 곧장 이태원파출소로 자리를 옮겨 참사를 전후한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따져 물었다.
여야 공히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경찰의 시간대별 조치를 재차 확인한 뒤 당시 경찰 대응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당시 정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만이라도 (골목길) 위아래를 지키며 관리했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인파가) 밀려드는 상황에서 갑자기 교통 통제를 한다고 경찰이 인도로 사람들을 밀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여야 위원들이 질의하는 동안 유족들은 경찰을 향해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느냐"고 항의했고, 한 유족은 오열하며 실신하기도 했다.
오후 서울경찰청 현장 조사에서는 더욱 강도 높은 여야 위원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특위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그날 오후 9시에 코드제로(CODE 0·신고대응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가 발령됐는데 각자 맡은 역할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런 지적에 대해 상황실장은 할 말이 있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특위 간사 김교흥 의원도 "코드제로가 발생한 뒤 상황팀장까지 보고가 된다고 하는데 제가 듣기로는 그것도 잘 안된 것 같다"며 "서울청장님이 오후 8시 37분에 퇴근하셨는데 보고를 받았는지, 안 받았으면 왜 안 받았는지 알려달라"고 물었다.
이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코드제로가 100여 건, 상황 따라 200건까지 간다"며 "코드제로가 상황팀장한테 들어간다는 얘기는 시스템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지 상황팀장이 자체적으로 검색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답했다.
야당 위원들은 특히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이 병가를 내고 이날 현장 조사에 나오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우 위원장은 "당시 현장 책임자가 와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은폐한다고 은폐가 되느냐"며 김 청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야당 위원들이 "경찰이 원론적 답변으로 질문을 회피한다"며 항의하자 김 청장은 "저도 한마디만 하겠다. 확인이 안 돼서 안 됐다고 말한 것이지 숨기려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이날 마지막 현장 조사에서는 사고 당시 서울시 내부 상황 공유 및 보고 체계, 초기 대응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서울시가 얼마나 책임을 면피하려고 하는지 치가 떨린다"며 "초반에는 수사 때문에 국회에 자료를 못 준다고 하더니 국정 조사를 하러 나오니 타임라인을 짜 맞춘 것처럼 해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올해 11월 버전이라며 특위에 제출한 '공연·행사장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이 실은 박근혜 정부 당시 매뉴얼을 그대로 옮겨 놓은 '구 자료'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옛날 자료를 표지 갈이만 해서 보냈다. 의원들이 모두 바보가 됐다"며 "자료 점검도 하지 않고 보내서야 되겠느냐. 오세훈 시장은 시정도 이렇게 하느냐"고 질타했다.
현장 조사장에 나온 오세훈 시장은 "분향소 한분 한분의 영정사진을 보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깊은 자책감을 느낀다"며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특위는 오는 23일 서울 용산구청과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2차 현장 조사를 벌인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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