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상자 100명 이상 추정”…사라진 ‘구조 상황’ 보고
[앵커]
이태원 참사 당일, 소방당국이 대응 단계를 뒤늦게 격상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당시 사상자가 100명이 넘을 수 있다는 현장 보고가 있었는데도 대응 단계 격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보고 내용, 사고 이틀 뒤 작성된 보고서에선 아예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이지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 당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상황 전파를 위해 만든 SNS 대화방입니다.
현장 도착 직후부터 다급한 보고가 빗발칩니다.
밤 10시 59분, 현장 출동 대원은 "대응 단계"라며 "추가 출동 인원이 필요하다"고 알립니다.
이어 채 10여 분이 안 돼 "구급차가 많이 필요하다", "사상자가 100명 넘을 것 같다"는 추가 보고를 올립니다.
20명 이상 인명 피해가 예상될 경우,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시도의 소방력이 총동원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밤 11시 13분, '대응 2단계'를 거쳐 11시 48분이 돼서야 '대응 3단계'로 격상합니다.
'사상자가 백 명이 넘을 것 같다'는 보고가 있은 지 41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유관기관에 실시간 전파되는 '구조 상황 보고서'에도 '23시 7분, 부상자 1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이란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인 11월 1일, '상황보고서 18보'부터는 이 문구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늑장 대응' 지적을 피하려 삭제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윤건영/국정조사 특위 위원 : "현장 구조 요원들의 단계 상승 요구라든지 자원 요청들에 대해서 현장 지도부, 그리고 소방 지도부가 묵살한 것으로 보여지는 정황들이 있습니다."]
경찰 특수본은 대응 단계를 제때 격상하지 않아 구조 활동에 차질을 빚었다고 보고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입니다.
또 대응 단계 격상 요건에 해당하는 현장 보고 내용이 상황보고서에서 추후 삭제된 정황이 확인된 만큼, 이 과정에 누가 관여했는지 여부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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