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이복현…“조용병 용퇴 존경, 손태승 징계 만장일치”

고한솔 2022. 12. 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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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금융지주 회장직'과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연임 의사를 포기하지 않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는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하며 퇴진 공세에 나서는 한편, 3연임을 접고 물러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매우 존경스럽다"며 추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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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어 이복현 금감원장
연일 ‘금융지주 회장직’ 발언 쏟아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2022년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금융지주 회장직’과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연임 의사를 포기하지 않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는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하며 퇴진 공세에 나서는 한편, 3연임을 접고 물러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매우 존경스럽다”며 추어올렸다.

윤석열 대선캠프를 총괄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이른바 ‘낙하산’으로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낙점된 데 대해선 ‘관치’가 아니라고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두 금융당국의 공세적 발언의 배경에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전지정운용제도 현장안착을 위한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용병 회장은 3연임을 할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후배에게 기회를 주시는 걸 보면서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3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최근 “라임사태를 책임지고 정리하겠다”며 급작스럽게 사퇴했다.

하루 전날인 20일 김주현 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라임펀드 사태는) 일반 말단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당국이 결론을 내린 문제”라며 손태승 회장의 연임 포기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손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위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 수장 인선과 관련해 관치금융 논란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금융이 다 관치 아니냐”며 “내치도 문제다. 내치는 주인도 없는데 최고경영자가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놓고 계속해서 그분들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도 이날 손 회장 징계와 관련해 “여러 번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론 난 징계”라며 김 위원장을 거들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농협은 대주주 결정으로 (회장 선임이) 그렇게 됐는데 거꾸로 ‘겉으로 보기에 관치 논란이 있으니 그렇게 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게 오히려 관치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은행은 “임명권자(대통령)가 여러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수장의 발언은 금융권과 학계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까지 나서서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말하는데 손태승 회장 연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으로서 시이오 리스크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손 회장 자리에 관료 출신 등 다른 인사를 앉히기 위해서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인 여건을 바꿔야지 직접 개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과거 정부 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등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다음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꽂으려 한 사례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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