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부패'에 칼 빼든 尹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주재한 내년도 부처 업무보고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 개혁의 시급한 과제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콕 집었다. '깜깜이 회계' 지적을 받아온 노조의 재정 운용 방식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尹 "노조 활동,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발전"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겸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부패는 공직 부패와 기업 부패 두 가지를 상정해왔지만 노조의 부패라고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많은 국민의 관심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회계 투명성 강화 과정을 통해 우리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 수 있었다"며 "우리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 개혁을 강조하면서는 노사 법치주의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사법부가 보수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법관의 세계관에 따라 판결을 제각각 하게 되면 송사가 얼마나 늘어나겠느냐"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결을 하도록 권장을 하는 것은) 결국 송사를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비효율적 분쟁을 줄이고 그 비용을 노동자 복지에 쓰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가 확실하게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회계감시자를 둬야 한다고 돼 있지만 자격 요건이 따로 없어 측근 등이 '셀프 감사'를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대형 사업장 노조에서 횡령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이처럼 회계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조 횡령·배임 관련 제보가 수집되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도 전날 노조의 회계감시자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노조는 행정관청에 회계자료를 매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尹 "성장과 발전 가로막는 적폐 청산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 완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적폐 청산'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해야 한다"며 "2023년은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적폐 청산' 기조를 윤 대통령이 현 정부 기조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김은혜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같은 연장선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3대 개혁, 특히 노동 개혁을 우선 주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견제받지 못한 조직은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노조 부패 척결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부처·기업·전문가와 '마라톤 토론'
이날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 자리에는 경제 부처 당국자 외에도 민간 경제단체장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정부와 기업, 전문가가 경제 발전을 위해 스스럼없이 토론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대국민 보고' 형식의 업무보고 자리가 만들어졌다. 참석자들은 경제 현안 및 민생경제 회복을 주제로 1시간 30여 분간 '마라톤 토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토론 과정에서 참석자들이 "꺾이지 않는 마음, 개혁에 대한 불변의 의지가 강조됐다"며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나왔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을 마친 후 16분간의 마무리 발언에서 "수출드라이브와 스타트업코리아라는 2개 축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돌파하길 바란다"며 "2023년엔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뛰자"고 관계 부처와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 규제가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본래 의미는 정부의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government engagement)"라며 "아주 효율적인 시장이 되도록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연구·개발(RD)에 대해서도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며 "기술·산업 증진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필립스 곡선' 개념을 인용하면서 "물가와 고용을 동시에 잘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경제 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집안이 어려워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길러야 하듯이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면서 "법인세 인하와 투자 증액분에 대한 10% 정도의 세액공제, 이런 인센티브들이 확실하게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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