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크리스마스 훔쳤다”…장기금리 인상에 채권시장 비틀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2. 12.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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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관광지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0년 넘게 고수해왔던 초저금리 정책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일본은행이 기습적으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 변동폭을 2배 확대한 결정으로 글로벌 시장에 불확실성이 추가됐다고 진단했다. WSJ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초저금리를 유지하던 마지막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글로벌 시장에 위험한 놀라움을 안겼다”며 “일본은행이 크리스마스를 훔쳤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의 발표 이후 일본을 포함해 미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으며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21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최고치인 0.46%를 돌파하며 장중 한때 0.48%까지 치솟았다. 이날 엔달러 가치도 한때 달러당 130엔대까지 오르며 지난 8월 초순 이후 약 4개월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2년물 국채 금리도 이날 장중 한때지만 2015년 이후 처음으로 0%대를 웃돌기도 했다.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되긴 했지만 블룸버그는 전세계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티븐 밀러 전 블랙록 채권 담당 수석은 “극단적인 금융완화정책을 재검토하는 상황을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이 같은 흐름에서 마지막으로 넘어갈 볼링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으로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끝나길 바라며 우린 마이너스 금리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 도쿄 본점 [사진 =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일본의 정책 전환으로 엔화 선호가 높아질 경우 달러 자산 매각을 촉발할 수 있고, 일본 기관들이 채권·주식 등 해외자산을 팔아치우는 ‘쓰나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초저금리를 지속해온 일본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금융자산에 투자해온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본 금리 상승으로 급속히 청산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규모는 3조달러가 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 국채 등에 투자돼 있다. 일본의 해외자산 처분 시 네덜란드·호주·프랑스 등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라증권 마쓰자와 나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채 금리 허용 폭 확대가 일본은행 정책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면 시장 변동성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자 인선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휘하 2013년 취임이래 10년 넘게 대규모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펼쳐온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 8일 까지다.

21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후임자로는 일본은행 출신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와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부총재, 재무성 출신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요미우리는 차기 총재가 금융완화 색채가 강했던 구로다 총재의 노선을 따르는 인물이 될지 금융완화 수정론자가 될지에 따라 달라질 정책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구로다 총재가 임기 내 두 차례(내년 1월, 3월) 남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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