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계단 '미끄덩'…지붕없는 지하철역 출입구 '아슬아슬'
21일 오전 7시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주변에 새벽부터 내린 눈이 소복이 쌓였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지자 시민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몸을 웅크린 채 걸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피하며 종종걸음을 이어가던 시민들은 지하철역 계단 앞에 선 순간 멈칫했다. 계단에 쌓인 눈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시민이 걷는 속도를 줄이고 계단 한 칸 한 칸을 조심히 내려갔다. 계단에 쌓인 눈을 밟고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하다가 겨우 손잡이를 잡고 몸을 일으킨 시민도 있었다. 역사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출입구 앞에서 신발을 털자 계단에는 계속 눈이 쌓였다. 그렇게 쌓인 눈이 신발에 밟히고 다시 얼면서 지하철역 출입구 계단은 점점 더 미끄러워졌다.
이날 오전 4시부터 7시까지 서울 지역에 2.5㎝의 눈이 쌓이면서 시민들이 지하철역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과반수의 지하철역 출구에 캐노피(지붕)가 설치돼 있지 않아 눈이 그대로 쌓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역 출구 1287개 중 341개에 캐노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입구에 캐노피가 없으면 겨울철 눈·비가 그대로 지하철역 출구 계단에 떨어져 미끄럼 등을 유발해 낙상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생긴다. 이날 기준으로 공사는 승객 안전을 위해 지하철역 출구 10곳에 대해 캐노피 설치를 추진 중이지만, 캐노피 설치를 위해서는 외부에 있는 인도 폭을 최소 2 .2m 이상 확보해야 해 모든 출구에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캐노피가 설치된 출구에도 미끄럼 사고 위험이 남아있었다. 캐노피가 없는 지하철역 출구에는 계단 전체에 미끄럼방지 장치인 논슬립이 설치되지만, 캐노피가 설치된 출구에는 처음과 끝 계단 외 논슬립이 설치되지 않아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계단 양 끝에 있는 논슬립은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 지침에 따라 계단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이라며 "계단 전체에 미끄럼방지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캐노피가 없는 출구 계단에 우선적으로 미끄럼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눈이 쌓인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민들의 걱정은 크다. 이날 오후 경복궁역을 찾은 A씨는 "지하철역 출구를 올라오면서 미끄러질까 조심하며 올라왔다"며 "출구에 지붕이 없어 지하까지 눈이 들어온 걸 보고 넘어지면 크게 다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 광화문역을 찾는 B씨도 "지붕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사람들이 신발에 눈을 붙이고 들어오니 계단이 미끄러워지는 건 매한가지"라며 "작년 눈길에 지하철역 출구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지기도 했고, 오늘도 계단이 미끄러워 넘어질 뻔한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역에서의 미끄럼 사고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지에서 미끄러지는 것과 달리 지하철역 계단에서 넘어지는 건 낙상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훨씬 위험하다"며 "단순한 넘어짐 사고 보다 고관절 골절이나 머리를 크게 다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눈이 많이 내리는 경우에는 가능한 계단이 아닌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며 "계단을 이용할 경우 난간을 잡고 내려가 체중을 분산시키고, 이동 중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역 모든 계단에 논슬립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모든 지하철역 계단에 논슬립을 설치하기 위해 올해 5월 설치 계획안을 수립했다"며 "앞으로 3년간 96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까지 서울 지하철역 모든 계단에 미끄럼방지 설비 설치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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