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간 고작 4일 귀가… 노동자 ‘극단 선택’ 부르는 과로

장한서 2022. 12. 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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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장 큰 원인은 과로다.

단체가 분석한 전체 161건 가운데 과로로 인한 죽음은 58건(36%)이다.

과로로 인한 사망의 경우 전체 58건 가운데 근속 5년 이하가 37명(63%)이다.

최승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과로 등이 근속 연수가 짧은 노동자에 집중해 있다. 연차가 짧은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또 업종·직종별 자살 위험도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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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최근 3년 분석
원인, 과로 이어 징계 32.3%
2019년 47건서 2021년 88건
사망 절반은 5년 이하 근무자
제조업 최다… 건설업이 뒤이어
#1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직장인 A씨는 잦은 출장 등 과로에 시달리다 최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평소 주변에 “딸이 너무 보고 싶다. 딸이 내 얼굴을 잊어버리고, 나를 보면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사망 전 한 달 간 출장으로 비행기만 14번을 탈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 집에 들어간 날은 단 4일뿐이었다.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상 사망이라며 산업재해임을 인정했다.
 
#2 기계 보수 업무를 하는 직장인 B씨는 2018년 사업장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4년간 야간 근무를 이어왔고, 사망 전 3개월 동안 매주 84시간씩 일했다. 별도의 휴일이나 휴식 시간도 없었다. 심지어 직장 상사로부터 괴롭힘도 당했다. 질병판정위원회는 “과로, 야간 근무, 직장상사와의 갈등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2019년 발효돼 시행된 지 3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21일 토론회에서 발표한 최근 3년(2019∼2021년)간 자살 산재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살로 인해 산재로 인정받은 건수는 2019년 47건에서 2021년 8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단체는 이 기간 동안 유족이 산재 신청을 해 인정받은 196건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161건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분석해 공개했다.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장 큰 원인은 과로다.

단체가 분석한 전체 161건 가운데 과로로 인한 죽음은 58건(36%)이다. 한 직장인은 매주 90시간을 일하다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어 징계 및 인사처분 52건(32.3%), 직장 내 괴롭힘 48건(29.8%), 폭행 7건(4.4%), 성희롱 4건(2.5%)이 뒤를 이었다. 이는 중복 사유도 포함한 수치다. 직장 내 괴롭힘, 과로 등은 중복해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폭행 7건 중 6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중복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 다른 사건 및 자살 요인과 연계해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살 산재 피해는 근속 연수가 짧을수록 빈번하게 나타났다.

사망한 이들 중 5년 이하 근무자가 절반이다. 1년 미만이 29건으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과로로 인한 사망의 경우 전체 58건 가운데 근속 5년 이하가 37명(63%)이다. 10년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44명으로 75%에 달한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망자도 5년 이하 근무자가 30건으로 전체의 62%에 해당했다.

자살 산재 사망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업종은 제조업(37명, 23%)이었다. 이어 건설업 15명(9%), 도매·소매업 15명(9%), 금융보험업 14명(9%),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14명(9%),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12명(7%) 순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연령·업종별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노동자 보호·회복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승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과로 등이 근속 연수가 짧은 노동자에 집중해 있다. 연차가 짧은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또 업종·직종별 자살 위험도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혜인 노무사도 “노동자가 아플 때 자유롭게 쉬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가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현재는 병가를 쓰지 못하는 사업장도 많고, 회사의 승인 여부에 따라 노동자의 병가 여부가 정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전방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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