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탈북민의 무연고 장례…"책임감 강한 분" 조문 발걸음
기사내용 요약
21일 국립중앙의료원서 1일장…남북하나재단 주관
빈소엔 상담사 때 동료 탈북민 조문객 방문 이어져
함북 온성 출신 홀로 정착…탈북민 상담에 소명의식
무연고·독거 탈북민 정착 기간 길수록 심리적 위험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다 백골 상태로 발견된 북한이탈주민의 장례가 21일 치러졌다.
고인은 20년 전 남한 사회에 정착해 같은 탈북민을 돕는 간호사, 전문상담사로 일했으나 쓸쓸한 죽음을 맞이해 인타까움을 샀다. 장례는 무연고로 치러졌으나 조문 발걸음이 이어졌고 고인은 생전 모습을 기억하는 동료 탈북민들의 애도 속에 영면에 들었다.
21일 국립중앙의료원서 1일장…남북하나재단 주관
상주는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과 통일부 공무원이 맡았다. 생전 김씨는 남한에 살고 있다는 친척과 조카 얘기를 자주 했지만, 시신을 인수할 연고자가 없어 재단이 장례를 맡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1년 넘도록 집세가 밀리고도 연락이 닿지 않자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강제 퇴거 절차를 밟기 위해 강제로 집 현관문을 개방하면서 지난 19일 발견됐다.
백골 상태로 겨울 옷을 입은 채 발견돼 지난 겨울쯤 숨진 것으로 추정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에서도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부검 결과를 통지받은 서울 양천구청은 무연고 사망자 공고를 낸 뒤 남북하나재단과 함께 주초부터 장례를 준비했다고 한다.
빈소는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들과 상담사 시절 같이 근무했던 동료 탈북민들까지 찾아와 북적였다. 1일장인데다가 평일이라 일을 아예 놓을 수 없어 교대로 조문하고 있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주영 북한공사를 지내다 지난 2016년 탈북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조문을 다녀갔다. 빈소 안팎에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탈북민 단체와 개인 명의로 온 조화도 줄지어 놓였다.
상담센터가 각지에 흩어져 있는 탓에 조문객들도 빈소에서 오랜만에 지인들의 얼굴을 보자 반가워하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잘 지냈느냐"고 인사한 뒤 대여섯명씩 모여 앉아 근황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함북 온성 출신 홀로 정착…탈북민 상담에 소명의식
고인은 지난 2002년 탈북해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다만 34세 나이로 한국에서 간호대학을 다녔던 늦깎이라 적응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태움'이라는 은어가 있을 정도로 군기가 센 간호사 문화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10년에는 양천구의 한 복지관에서 탈북민 전문간호사를 했고, 2015년부터는 남북하나재단에서 탈북민들의 심리·취업 상담을 돕는 전문상담사로 일하다 2017년 12월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퇴사했다.
1년여간 옆 자리에서 함께 일했다는 이모(51)씨는 고인을 "조용하지만 일에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김씨는 그가 배치된 지 한달 즈음 됐을 때 돌연 손을 잡더니 "처음에 이것저것 가르쳐야 할 줄 알고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렇지 않아) 내 생각을 바꿔줬다"고 고마워했다고 한다.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상담사로 일하던 시절 점심 회식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어울렸고, 한번은 같은 탈북민인 직원이 '명태식혜'를 싸오자 맛있게 먹는 등 직장 내에선 원만한 관계를 가졌다.
이씨는 상담사 일을 그만두면서 고인이 전 층에 '퇴사 떡'까지 돌렸다며 "퇴사하면서 떡을 돌린 건 그가 처음"이라고 술회했다. 또다른 재단 직원 황모씨는 "평소에도 쉬는 시간에 책 보는 것을 좋아했었다"고 전했다.
다만 퇴사 전 다른 지역으로 인사 배치를 받고 부쩍 힘들어 했고, 그만둔 뒤에는 주변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에서도 김씨에게 자문을 구하려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씨는 "퇴사하고 연락처를 바꿔 미국으로 이민간 줄 알았다"고 했다.
무연고·독거 탈북민 정착 기간 길수록 심리적 위험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 의원 주관으로 열린 '탈북민 고독사 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입국 초기 정착에 강한 의지를 보이던 탈북민들은 적응애로, 건강, 고령화, 경제적 고립 등의 어려움에 처하며 점차 자립 의지가 꺾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한에 연고가 없거나 가족 없이 홀홀단신으로 온 탈북민의 경우 정착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북가족 신변 불안감 ▲정착 두려움 ▲정착 과정의 시행착오 등의 악순환을 겪으며 점차 무기력에 빠져 고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기준 국내의 한 지역에 사는 탈북민 540명 중 무연고·독거인이 16%(87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대부분 50대 이상 무연고자이거나 60대 이상 독거노인이었다.
대책으로는 통일부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와 남북하나재단(하나센터) 등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위기 탈북민을 발굴하고 심층 상담을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신변보호를 해지한 뒤에도 다시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신변보호 제도는 현재 당사자가 연장을 거부해 해지할 경우 재신청을 할 수 없다. 김씨도 2019년 연장을 거부했었다.
태 의원은 "탈북민 사회 내 1인 가구와 위기 가구를 발굴해야 한다"며 "이들이 다른 탈북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 고립감을 조금이라도 덜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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