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나눔 줄고, 전기장판서 냉골 버티고...취약층 '고물가 한파'
식용류·김치 등 식자재비 급등
市 배급 3년새 1200여 명 줄어
등유가격 작년보다 45% 올라
저소득노인 "보일러 틀기 겁나"
최강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전기·가스요금 등 난방비가 일제히 인상되면서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또 고물가,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후원이 줄면서 무료급식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노인의 한 끼 식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따뜻한 한 끼 밥과 국 감사합니다”
“오늘처럼 추운 날 복지관이 준 따뜻한 밥을 먹으니 몸도 풀리고 좋습니다.”
21일 낮 부산 연제구 거제종합사회복지관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조모(69) 씨. 34년 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크게 다친 그에게 매 끼니를 챙기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조 씨는 “점심은 복지관에서 먹고 저녁은 라면이나 간편식품으로 때운다”고 말했다. 이날 급식소에는 누룽지 죽과 비빔국수 제육볶음 봄동겉절이 등 풍성한 한 끼가 제공됐다. 60여 명의 노인은 뜨거운 죽을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허기를 달랬다.
무료 급식은 저소득 노인에게 소중한 한 끼지만 급식소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업은 만 60세 이상 저소득 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도시락 배달·밑반찬 배달 등을 지원한다. 복지관 류주희(44) 영양사는 “식용유 18ℓ가 4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오르고 국내산 김치는 ㎏당 28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랐다. 채소는 변동 폭이 2~3배로 들쑥날쑥해 식단 구성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미례 부장은 “식자재비와 공공요금은 계속 올랐지만 2019년에 비해 올해 개인·기업 후원금은 40% 정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물가는 오르는 데 반해 시비보조금은 3년간 동결되면서 무료급식을 받는 저소득 노인 수는 오히려 줄었다. 여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인 및 기업 후원금도 계속 줄고 있다. 시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비 보조금은 49억9200만 원으로 같지만 지원 인원은 ▷1만2142명(2019년)▷1만1921명(2020년)▷1만896명(2021년)으로 줄었다. 구군별로 보면, 중·북구를 제외한 14개 구체에서 2019년 대비 지난해 지원 인원수가 감소했다. A 구 관계자는 “복지관 후원금이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시비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구는 정해진 예산에 맞춰 지원 인원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는 2023년부터 무료 급식 지원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급식 단가를 올해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리고 2023년에는 3500원으로 인상한다. 기존 시비 100% 사업에서 2023년에는 구군 매칭 사업으로 전환해 20억 원 정도 예산을 늘릴 방침이다.
●“난방비에 보일러 틀기 무섭다”
부산 서구 아미동의 단칸방에서 사는 A(70대) 씨는 올겨울을 전기장판에만 의지해야 한다. 등유 가격이 크게 올라 보일러를 자주 틀 수 없기 때문이다. A 씨는 “지난해 200ℓ 당 22만 원 수준이던 등유가 올해 32만 원으로 45% 올랐다. 전기료도 많이 올라 장판을 약하게 켜 놓고 지내 추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연탄도 지난해 800원에서 올해 850원으로 인상, 배달료까지 더하면 1200~1400원이다.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50원 인상이 작아보여도 한 가정에서 겨울 동안 수백 장을 쓰고 배달료까지 내야 하니 큰 부담이다. 연탄은행 후원도 코로나19 전과 대비해 40% 수준이다”고 말했다.
수입 단가 급상승으로 지난해보다 38% 오른 도시가스도 문제다. 사상구 모라동의 B(80대) 씨는 “9평짜리 방 한 칸 요금이 지난해 2만 원에서 올해 4만 원 넘게 나와 깜짝 놀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역아동센터도 걱정이 많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무작정 난방비를 아낄 수도 없다. 부산진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장은 “1년 냉난방비 지원이 35만 원인데 여름 한 달 냉방비가 20만 원이다”며 “지난 9월부터 난방비 10만 원이 추가 지급돼 한숨 돌렸지만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하니 두렵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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