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전공 "적폐 청산" 전면화한 尹대통령, 표적은 노동조합?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대국민 직접 소통 방식으로 대량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새해가 윤석열 정부가 기획한 예산으로 운영되는 실질적인 첫해인 만큼 "적폐 청산"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해 국정운영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이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겸한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마무리발언 전문을 서면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먼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치체제와 동전의 양면"이라고 설명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규제라고 하는, 레귤레이션(regulation)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못 하게 하는 것이 레귤레이션이 아니"라며 "본래의 의미는 정부의 관여다. 정부의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Government Engagement)가 바로 레귤레이션"이라고 했다. "효율적인 시장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이 시장에 대해서 관여하고 개입해야 하는 기본적인 방향"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방위산업 육성을 예로 들며 "국가 정책에 기업을 참여시켜서 시장화시켜 나감으로써 정책을 달성하고 정부가 시장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라며 "경쟁과 시장이라는 그런 툴을 잘 활용해서 가야 된다. 그게 바로 자유시장주의의 요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수출 드라이브라는 것으로 지금 우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정면돌파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기에 얹혀서 '스타트업 코리아'라고 하는 강력한 기치를 가지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수출 드라이브와 스타트업 코리아라는 두 개의 축으로서 우리 어려운 경제 여건을 돌파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2023년엔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뛰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것은 신기술에 대한 도전"이라며 "벤처와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펀드와 금융 지원들에 대해 효율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에 대한 금융 지원을 우리 정부는 더 강화해 나가야 된다"고 했다.
'수출 드라이브'와 '스타트업 코리아'를 키워드로 정부가 경제 위기 대응과 효율적인 시장 조성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자유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관한 원론적인 언급은 '낙수효과'를 지향하는 대규모 감세와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역력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보다 구체적인 기조와 방향이 담겨있다. (☞관련기사 보기 : '적폐청산' 언급한 尹대통령 "잘못된 제도·적폐 청산 위한 개혁 가동해야")
윤 대통령은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시켜야 된다"고 말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적폐 청산'이라는 용어를 전면화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며 노조 부패를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엄격하게 법집행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해 '노조 부패'를 적폐 청산의 타깃으로 설정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노조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 더욱 정당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조 스스로 그것이 노동조합의 정당성과 도덕성을 부여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 폭력, 이권을 강요하는 무력이 있다면 노사법치주의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도 모르는 깜깜이 회계에서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복지를 위해 조합비와 정부지원금이 쓰였는지 누구도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는 게 그동안의 현실이었다"고 했다.
언론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작된 각 부처 업무보고를 기존의 독대 방식과 달리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진행한다.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중단한 지 한 달이 넘은 데다 신년 기자회견도 생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반면 윤 대통령 메시지의 총량은 늘어나는 셈이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야기되는 논란을 피해 대국민 직접 소통을 강화한 변화이지만 소통의 일방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더 수렴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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