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논쟁` 세계가 주목하는데… 법제화 장기표류 가능성

김나인 2022. 12. 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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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넷플릭스 소송전속
의무화 법안 국회 논의 공회전
구글·트위치 법안저지 여론전
美·유럽도 비용부담 높은 관심
넷플릭스 제공
20일 기준 오픈넷 망사용료 법안 관련 서명. 오픈넷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 등 해외 CP(콘텐츠사업자)가 유발하는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하는 가운데 '망 무임승차' 논란이 해를 넘겨 장기화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ISP(인터넷제공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소송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둘러싼 여야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망 사용료 논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대전으로 확대돼 우리나라 법안 향방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망 사용료 법제화 논의 확산= 망 사용료 분쟁이 사업자 간 소송전으로 번지며 갈등이 격화된 것은 2019년부터다. 당시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고 2020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열린 1심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했지만, 이에 불복하고 항소해 올해 소송 2차전이 본격화됐다. SK브로드밴드 또한 '대가 지급을 이행하라'며 반소로 맞서 현재 양사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심에서는 정산방식과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 무정산 합의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일명 '망 사용료 무임승차 방지법'은 논의가 본격화됐다. 거대 빅테크 기업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내지 않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데이터 트래픽 점유율은 구글 27.1%, 넷플릭스 7.2%, 메타 3.5%, 네이버 2.1%, 카카오 1.2% 순이었다. 이 중 메타, 네이버, 카카오는 직·간접적으로 ISP에 망 이용대가를 주고 있다. 그러나 구글과 넷플릭스는 자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데이터 트래픽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를 들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서 논의가 확산돼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7개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소수의 글로벌 CP가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망 사용료 관련 일부 초기 법안의 경우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지만, 이후 법안들은 규제 범위를 대형 CP로 한정하고 계약 간 자유를 존중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구글까지 여론전 뛰어들며 전면전 양상= 국회를 중심으로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자 구글이 여론전에 나섰다. 구글은 유튜브, 블로그, 트위터 등 공식 계정을 통해 자사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법안 반대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며 법안 저지에 나섰다. 법안이 통과하면 이용자 부담이 커지고 국내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후 아마존닷컴이 보유한 게임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여론전에 불을 붙였다. 지난 9월 트위치는 서비스 비용 증가를 이유로 한국에서 최대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낮췄다. 망 사용료 문제를 두고 CP 측의 입장에 동조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에 구글이 후원해 왔다는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업계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망 중립성' 법제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발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망 중립성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 중립성은 ISP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이와 관련, 통신 업계는 망 중립성은 이미 가이드라인으로 잘 운영이 되는 만큼 불필요한 규제이고, 망 중립성 법제화가 망 무임승차 현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 법제화 방향에 전세계가 주목= 국회에서 망 사용료 관련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전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 관련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도 글로벌 CP의 망 투자 비용 분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8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정부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이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임원진이 방한해 국내 통신사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망 무임승차 방지법 관련 논의를 하기도 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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