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는 어린애들이나 읽는 것 아니냐고요?
한국 시인 63명의 시 63편 추려
"동시 형식·소재 다양해져"
"어른들도 동시 읽는 즐거움 누리길" 올해의>
"어른들도 동시를 읽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합니다."
안도현 시인은 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올해의 좋은 동시 2022> 출간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시 '너에게 묻는다' 등으로 유명한 안 시인은 2007년 첫 동시집 <나무잎사귀 뒤쪽마을>을 출간한 이후 동시를 활발하게 창작해왔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2>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년 동안 각종 매체에 발표된 신작 동시 가운데 63인의 작품 63편을 가려 뽑아 엮은 책이다. '지금 가장 젊은 한국 동시'를 추려낸 셈이다. 상상 출판사를 통해 출간됐다. 지난해 <올해의 좋은 동시 2021>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의 좋은 동시' 선정위원은 총 다섯 명이다. 안 시인을 비롯해 권영상 시인(한국동시문학회장), 김제곤 아동문학평론가(<창비어린이> 기획위원), 유강희 시인, 이안 시인(<동시마중> 편집위원)이다.
이들은 웹진을 포함해 문예지 19종에 발표된 1000편 이상의 시를 살폈다. 1차로 각자 약 30편씩 작품을 추천했고, 이후 두 차례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63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그렇다면 선정위원들이 생각한 '좋은 동시'란 대체 어떤 동시일까. 선정 기준은 '변화'에 초점을 뒀다.
김제곤 평론가는 "'기존의 동시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한 발짝 새롭게 내디딘 지점은 어디인가' 하는 점을 중점으로 삼았다"고 했다. 소재나 형식면에서 기존 동시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한 동시들을 높이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까 '올해의 좋은 동시'라는 제목에서 '좋은'이란 수식어는 '완전무결함'보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지닌 무엇'으로 이해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날 동시를 '어린이들만 보는 쉬운 시' 정도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안 시인은 "최근 들어 동시의 모양새나 동시를 쓰는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며 "기존에 시를 쓰다가 동시를 쓰게 된 시인도 많다"고 했다.
어린이를 주요 독자로 한다고 해서 형식이나 소재가 한정돼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현대의 동시는 여러 실험을 통해 결과적으로 어른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낸다.
김 평론가는 "동시라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통념이 있다"며 "올해 동시들의 특징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등 재난과 위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동시마중> 올해 7·8월호에 실린 가수 김창완의 시 '허깨비 상자'는 전쟁을 다뤘다. "TV를 보는데 뉴스가 나왔다"로 시작된 시는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금세 장면이 바뀌고/광고가 나왔다"며 다른 나라의 전쟁,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현실을 꼬집는다. 시는 이렇게 끝난다. "저래도 되나 싶었다"
안도현 시인의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목도리'는 '로드킬'이라는 이례적인 소재를 택한 동시다. 형식 측면에서도 길이가 긴 편이다. 이안 시인은 "이 시는 긴 호흡으로 어른도 함께 읽을 만한 시적 발상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권영상 시인은 "우리 문학계에 '동시'라는 용어가 등장한 게 소파 방정환 선생이 잡지 <어린이>에서 이 말을 처음 쓴 1926년"이라며 "약 10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지나오면서 동시는 다양한 모습을 그려냈다"고 했다.
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쓴 이만교 작가는 지난해부터 동시를 발표하고 있다. '할머니 문방구' 연작 동시 중 첫 번째 작품이 이번 책에 실렸다. "할머니가 하는 문방구는/물건이 별로 없지만 할머니네로 간다"는 대목에서는 정감과 공감을, "하지만 할머니네 문방구엔/할머니조차/없을 때가 많다."는 구절에서는 웃음을 자아낸다.
이번에 선정된 시인 총 63명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강기원, 권기덕, 권영상, 김개미, 김륭, 김미혜, 김미희, 김봄희, 김성민, 김성은, 김성진, 김응, 김이삭, 김종완, 김준현, 김창완, 김철순, 남호섭, 문봄, 박성우, 박소이, 박은경, 박정완, 방주현, 방지민, 백창우, 서정홍, 성명진, 손동연, 손택수, 송명원, 송선미, 송진권, 송찬호, 송현섭, 신민규, 신재순, 신현배, 안도현, 우미옥, 원성은, 유강희, 유희윤, 윤제림, 이만교, 이상교, 이안, 이여름, 이정록, 이화주, 임동학, 임복순, 임수현, 장철문, 전율리숲, 정유경, 조정인, 최춘해, 최휘, 함기석, 홍일표, 황세원, 휘민
첫 동시집을 아직 출간하지 않은 신인들의 작품도 고루 실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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