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역전승 만들어낸 변상일···탕웨이싱 꺾고 춘란배 결승행
한국 바둑의 최강자 신진서 9단(22)마저 패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던 찰나, ‘2인자’ 변상일 9단(25)이 기적과도 같은 역전승으로 무너져가던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살렸다. 변상일이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 무대에 올랐다.
한국 바둑랭킹 2위 변상일은 21일 한국기원과 중국 저장성 핑후시 특별대국장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14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 준결승에서 중국의 탕웨이싱 9단을 상대로 6시간30분 대접전을 펼친 끝에 흑 불계승(262수)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4강만 두 번 기록했던 변상일의 생애 첫 결승 진출이다. 변상일은 신진서를 꺾은 중국의 리쉬안하오 9단과 결승전을 갖는다. 결승전은 내년 2월에 열린다.
실로 드라마 같은 한판 대결이었다. 변상일은 70수를 지나면서부터 탕웨이싱에 주도권을 내주며 한때 승률이 2%까지 떨어지는 등 패색이 짙었다. 그 와중에 옆에서 대국하던 신진서가 한 번의 실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리쉬안하오에게 무기력하게 끌려가다 완패를 당해 먼저 대국장을 빠져나가 대국장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졌다.
LG배에 이어 또 한 번 중국기사들끼리의 결승전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던 찰나, 중반을 지나면서 변상일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후반 들어 서로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탕웨이싱이 실수를 한 틈을 놓치지 않고 상변에서 착실하게 세를 구축해나갔고, 우상귀에서 상대 흑 대마를 모두 잡아내며 짜릿한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변상일은 지난 19일 열린 리웨이칭 9단(중국)과의 8강전에서도 다 졌던 바둑을 막판 끝내기에서 무섭게 추격한 끝에 역전 반집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에도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내며 ‘역전의 사나이’로 등극했다.
변상일은 대국 후 “(메이저 세계대회) 첫 결승이라 기분이 너무 좋다”며 “초반부터 바둑이 전체적으로 안 좋았는데, 후반에 상대가 실수해 변화가 일어나 형국이 복잡해졌다. 서로 실수가 많았다”고 대국을 총평했다. 이어 “(결승 상대인) 리쉬안하오한테는 매번 졌기에 이번에는 많이 준비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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