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적자 500억달러 육박...금융위기 후 첫 ‘마이너스 성적’
12월(1~20일)에도 수출이 급감했다. 반도체·휴대폰 등 우리나라 수출 효자 품목이 일제히 감소하면서 10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출이 가시화했다. 수입은 늘면서 올해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는 500억달러(약 64조원)에 육박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08년(133억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무역 적자다.
수출 부진과 무역 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반도체)과 최대 수출 시장(중국)이 동시에 휘청이며 무역 적자가 고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각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에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수출 품목의 단가까지 떨어지며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5개월째 수출 감소세
관세청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8% 감소한 336억달러, 수입은 1.9% 증가한 40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무역수지는 64억달러 적자다. 수출은 지난 10월(-5.8%) 2년 만에 감소했고, 지난달에는 14% 급감했다. 지금 추세라면 3개월 연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달엔 24.3% 급감하면서 심각한 상황이다. 무선통신기기(-43.8%), 컴퓨터주변기기(-43.3%), 가전제품(-23.3%), 철강(-17.4%) 등 우리나라 수출 상위 10품목 가운데 7품목의 수출이 줄었다. 세계 각국에서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하며 경기 침체가 나타나자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휴대폰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제품 단가가 오른 석유제품(27.1%), 수주 호황을 등에 업은 선박 수출(28.9%), 환율 상승 혜택을 본 승용차(45.2%)는 수출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도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 수출이 작년보다 26.6% 줄어든 것을 비롯해 베트남(-20.6%), 일본(-12.2%), 홍콩(-47.5%) 등 주요 10국 중 6국에서 줄었다. 중국이 3년 만에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수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당장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다. 대신 대미 수출이 16.1% 늘어난 59억달러로 대중 수출액(72억달러) 감소를 그나마 상쇄해주고 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959억달러로 중국(1629억달러)의 59% 수준에 그쳤지만, 올 들어 대중 수출이 급감하고 대미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대중 수출의 70%까지 올라갔다.
◇무역 적자 연간 500억달러 눈앞
수출이 부진에 빠졌지만, 수입은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며 무역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 행진을 지속했다. 이달 20일 동안에만 무역 적자가 64억달러 늘며 올해 누적 적자는 490억달러를 나타냈다. 1월부터 적자를 낸 무역수지는 지난 8월 누적 25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인 1996년(206억달러) 기록을 넘었다. 최근엔 겨울철을 앞두고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이 작년보다 두 배로 급증하고, 원유 수입도 15.4% 늘어나며 무역 적자를 심화시켰다. 12월 원유(55억달러)와 LNG(46억달러) 두 품목이 전체 수입의 25%를 웃돌았다.
수출 부진과 무역 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MF(국제통화기금)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0.5~0.9%포인트 낮은 2.2~2.7%로 전망한다. 한국무역협회도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4% 감소한 6624억달러, 수입은 8% 감소한 6762억달러로, 무역적자가 13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기업인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각종 정책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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