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 사과 말고 폐지"···제작진 "오은영 박사, 남편 행동 5시간 내내 비판했으나 편집돼" [SE★이슈]

이지윤 인턴기자 2022. 12. 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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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송분 직후 제작진 비판 600건 이상 쏟아져
방심위 접수 민원도 2,900여 건 이상 집계
MBC측 "변명의 여지 없다, 아동에게 실질적 도움 줄 것"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 사진=MBC
[서울경제]

MBC ‘결혼지옥’ 측이 지난 19일 방송된 ‘고스톱 부부’ 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아동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21일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 제작진은 19일 방송된 ‘고스톱 부부’ 방송분에 대해 “‘고스톱 부부’편을 보고 해당 부부의 딸을 걱정하셨을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라는 뜻을 밝혔다.

문제가 된 장면은 아내에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남편이 7세 의붓딸에 과한 애정표현을 하는 장면이었다. 아이가 ‘괴롭히지 말라’는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남편은 엉덩이를 찌르거나 포옹을 지속해 아동 성추행이라는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와 비판이 쏟아졌다.

/ 사진=MBC 시청자 게시판 캡처

19일 방송 직후부터 MBC 홈페이지는 ‘결혼지옥’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600건 이상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결혼지옥 폐지 및 관련자 징계 요구’, ‘이슈화하려고 아이 학대를 방관하고 자막으로 실드 치는 프로그램’, ‘공중파에서 아동 성추행 장면 송출이라니 아이가 불쌍하다’, ‘엄마가 방관하고 가해자는 외로워서 그런다고 하면 아이는 누가 보호하냐’, ‘놀이라는 명목의 강압적인 아동 성추행이다’, ‘프로그램 취지가 아무리 부부 관계여도 저런 장면을 그냥 넘어가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편은 물론, 해당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면서도 패널의 발언과 솔루션 방향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어 보이도록 편집한 제작진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MBC는 20일 문제가 된 장면을 다시 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했지만, 이날 오전 10시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접수된 민원이 2,900여 건에 달하는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화면 캡처

MBC는 논란 이틀 만에 입장을 내고 방송분에 대한 사과와 아동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제작진은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해 시청자들이 우려할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해당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은영 박사는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그 내용이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와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은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제작진은 자발적으로 오은영 박사를 찾아온 이혼 위기의 부부들에게 반전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의도만큼이나 제작 과정의 세심함과 결과물의 올바름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제작진을 믿고 일상의 관찰을 허용해 준 가족들의 실질적인 행복에 기여하고 모든 시청자가 수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후속 조치로 실제 녹화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전달할 것과 방송 이후에도 해당 아동에게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심위는 민원 검토를 거쳐 심의에 안건을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화면 캡처

▲ 이하 MBC ‘결혼 지옥’ 제작진 공식입장 전문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12월 19일 방송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지난 12월 19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고스톱 부부’편을 보고 해당 부부의 딸을 걱정하셨을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논란 이후 곧바로 시청자 여러분에게 제작진의 입장을 전달해 드렸어야 하나, 출연자들의 방송 후 상황과 입장을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영상이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재가공 및 유통되어 출연자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영상을 먼저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점,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고스톱 부부’편은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아내와 그 상처까지 사랑하기로 결심한 남편이 만나 아내의 전혼 자녀인 딸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아동 학대로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행동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었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전문가 분석을 통해 ‘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아가 저희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는 이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 합니다.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되어,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입니다. 앞으로는 실제 녹화 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온전히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은 자발적으로 오은영 박사와 제작진을 찾아온 이혼 위기의 부부들에게 반전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의도만큼이나 제작 과정의 세심함과 결과물의 올바름 또한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작진을 믿고 일상의 관찰을 허용해 준 가족들의 신뢰를 무겁게 마음에 새겨 그분들의 실질적인 행복에 기여하고 모든 시청자가 수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제작진

이지윤 인턴기자 leejy18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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