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안정적 경영 위해 미국 상속제 본받아야”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2. 12. 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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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기중앙회 60주년 기념
1·2세대 경영인 실리콘밸리 연구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경영인 1세 2세들이 실리콘밸리 쇼어라인에 있는 한 회의장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
“안정적 경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업 승계가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중소기업 1·2세대 기업인이 함께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이들은 5일 일정으로 18일부터 23일까지 미국의 기업 승계 제도를 연구하고 유니콘 스타트업인 몰로코, 구글의 새 사옥인 구글 베이뷰, LA 물류기업 NGL, 롱비치 컨테이너 터미널 등을 견학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제이에스티나 회장)은 이날 “경제가 내년도 까지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감이 크다”면서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는 아니지만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을 방문해 보니 안정적인 경영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면서 “일본은 상속세 납부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해 주고 있고, 독일은 맞춤식 기업 승계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특히 미국은 상속에 대해 정부가 될 수 있는 대로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에서 배운 것을 입법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인 상속세 면제 한도 적극 활용”
이날 법무법인 피디아의 박수정 변호사는 미국의 기업 승계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크게 △ 신탁인 트러스트 설립 △ 주주간 계약 및 주식 보상 활용 △ 차등 의결권 활용 등 세 가지 방식을 꼽았다.

미국의 상속 제도 역시 법원을 통해 이뤄진다. 다만 법원을 거치지 않는 방법도 많고 상속 법정비율이 존재하지 않는다. 박 변호사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에게 일절 상속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고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배우자 1.5 지분, 자녀 1지분으로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 미국은 상속 과세율이 18~40%에 달한다. 한국은 상속세율이 최고 50%다. 또 최대 주주 보유 주식은 20% 할증돼 실질적인 최고 세율은 60%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상속세 면제액수가 크다. 박 변호사는 “상속세 면제 액수가 1206만달러(157억원)에 달하며, 부부공제는 수혜자가 시민권자일 경우 무제한이고, 부부 동시에 상속할 때 부부당 2412만달러(314억원)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기초 공제가 2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공제 액수가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기업을 위한 별도 기업승계 관련 상속 감면은 없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미국에선 면제 한도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기업을 할 경우 상속 방법으로 기업 승계 계획 → 유고 시 기업경영 관리 → 기업경영에 영속성·안정 → 사망 시 기업 승계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크게 트러스트(Trust)를 통해 상속을 준비한다. 기업 승계의 가장 핵심적인 골격이다. 트러스트는 신탁으로 번역이 되지만 다소 독특한 제도다. 관리인을 지정해 신탁 재산 관리 조건을 지정할 수 있다. 트러스트를 통해 상속할 때 상속 법원을 거치지 않을 수 있어 경영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 방식을 활용한다.박 변호사는 “트러스트는 상속조건을 다양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예를 들어 미성년자에게 상속할 경우, 관리인이 관리하다가 자녀가 특정 나이가 됐을 경우 한다든지, 마약을 하면 못받고, 좋은 대학에 가면 일찍 받도록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법원을 피하고 설립자 뜻에 따라 상속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트러스트라고 설명한다. 반면 트러스트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부동산을 일부라도 보유할 경우 상속 법원에서 법적 다툼을 해야 한다.

LA에 있는 물류기업 NGL을 방문한 중소기업인 (출처=중소기업중앙회)
또 다른 기업승계 방식은 주주간 계약 및 주식 보상이다. 미국에선 매년 4000만원까지는 무료 증여가 가능하다. 기업을 승계할 자녀에게 매년 한도만큼 주식을 증여하고, 이후 자녀가 기업에서 활동하면 스톡옵션이나 RSU(제한조건부 주식)을 지급하면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임원에 대해선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수령자를 자녀 명의로 해서 상속세를 절약하는 이들도 있다.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제도 마련 필요”
마지막으로는 자선 신탁과 차등의결권이 있다. 박 변호사는 “구글이나 메타의 창업자들은 전체 주식의 20% 남짓 보유하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통해 안정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부자들 역시 상속을 할 경우 안정적 경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주식을 신탁에 넣고 차등 의결권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활용하는 방법은 트러스트와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트러스트를 통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자선단체 별로 세금 공제분이 기부금의 30~50%까지 달라진다. 자선단체는 경영인과 자녀들이 활동하는데 대표적인 곳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파타고니아다. 박 변호사는 ”아무리 부자더라도 상속세를 내고 나면 안정적인 경영이 힘들어진다“면서 “수많은 미국 부호가 단지 멋으로만 기부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타고니아 역시 창업자가 환경을 위한 재단을 만들고, 상당수 배당과 수익을 이곳에 넣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회사의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소기업 경영인 1·2세들은 박 변호사 발표 외에 손재권 더밀크 대표의 2023년 기술 트렌드를 경청했고 스타트업 몰로코와 구글 새사옥인 구글베이뷰를 방문했다.

LA에서는 물류기업인 NGL(회장 노상일)과 롱비치 컨테이너 터미널을 견학했다. 또 나스닥 상장사인 넥스트나브와 블룸버그 샌프란시스코 지사, 플러스아이덴티티 등을 방문 예정이다. 이날 2세 경영인인 신대양제지의 권지혜 부사장은 “1세대 분들은 개척자였다”면서 “용기를 갖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분들을 만나 뵙고, 잊고 있었던 용기 꿈 이런 것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한호산업 강명석 상무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제조 공장을 방문했더니, 직원들이 공장에서 힙합 노래를 틀고 일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직원들이 서로 좋아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배울 점을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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