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논란 '결혼 지옥', 오은영 정체성도 흔들 [TV공감]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유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그 시대, 대중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곧바로 눈치 챌 수 있다. 최근 방송가를 장악한 주제는 ‘고민’이다. 흐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단연 오은영 박사. ‘대한민국 대표 해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인기다.
현재의 오은영 박사를 만든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가 성별, 연령은 물론 결혼과 자녀 유무를 넘어 모든 이에게 통할 수 있었던 건 우리 안에 잠재된 어떤 트라우마를 건드려서다. 100회를 훌쩍 넘긴 ‘금쪽같은 내 새끼’가 오랜 시간에도 진정성을 잃지 않는 이유는 말 그대로 금쪽같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를 향한 부모들의 고민에 ‘악마의 편집’이나 ‘조작’같은 무리수가 감히 끼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어른들의 세계는 다르다. 제 고민이 아무리 절실한들 모두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오은영 박사를 내세운 채널A ‘금쪽상담소’나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고민에는 ’보편성‘과 ’공감‘이 중요하다. 특정인의 고민을 매개로 한 상담을 공공 전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는 행위는 고민의 주체가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그들의 걱정거리가 시청자의 삶과 맞닿아 있을 때 가치가 발생한다. 누군가의 별난 사연에 혀를 끌끌 차는 관음 차원을 넘어 시청자들이 각자의 삶에서 얻은 경험치와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는 결국 시청률을 좇는 예능일 뿐 공익 캠페인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지옥’은 일반인을 내세운 프로다.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넘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위험 부담을 안고 출연을 감수하는 이들이기에 제작진은 혹여 따를 수 있는 부정 여론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필수다. MBN ‘고딩엄빠’를 비롯해 연예 예능에 출연한 숱한 일반인들이 저 마다 다른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던 걸 우리는 여러 번 보지 않았던가.
예상치 못한 변수일까, 사전 점검에 안일하게 대응한 탓일까. '결혼지옥’ 제작진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출연자는 물론 프로그램과 오은영 박사의 정체성 마저 위협하는 논란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고스톱 부부’ 편에서 2년 전 재혼한 부부는 아내의 7살 딸을 두고 양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딸에게 애착을 보이는 아내와 그런 두 사람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새아빠가 의붓딸에게 과한 스킵십을 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새아빠는 의붓딸을 다리 사이로 끌어안고 엉덩이 등 아이의 신체 부위를 만졌다. 문제는 딸이 “싫어요”라는 표현을 강렬히 표현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논란의 장면은 러닝타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쾌함을 유발했다. 세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라는 부부의 소망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부정적인 의문을 뇌리에 남긴 장면이다. 예상대로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은 폭발했다. 새아빠가 의붓딸을 성추행을 한 것이라고 단언하는 불만 글들이 쏟아졌고, 급기야 폐지까지 요구하는 시청자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오직 새아빠에게만 있는 것일까. 새아빠의 행동은 논란, 문제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지만 그를 ‘성추행범’으로 몰고 가는 건 심사숙고해야 한다. 1시간 여 동안 살펴본 그들의 일상을 토대로 한 일반인을 범죄자로 단정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오히려 비판 받아야 하는 건 제작진이다. 이들은 해당 방송이 재혼 가정에 대한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걸 정말 몰랐을까.
오은영 박사가 등장하는 고민 프로의 특징은 언제나 해결책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방송 전 모니터링을 통해 새 아버지의 문제적 행동을 먼저 목격한 제작진은 충분히 새 아버지에게 이를 인지시킬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행하지 않았다. 드라마틱한 연출을 위해 매번 등장하는 ‘문제-인지-해결’ 과정이 되려 이 자극적인 사연에서는 완전히 생략된 채 여과 없이 자극적인 장면만이 전파를 탔다.
‘결혼지옥’ 제작진이 자극을 추구한다 건 이미 여러 방송 분을 통해 목격할 수 있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이 아내를 향해 ‘널 돈 주고 사왔다’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사연이 과연 오은영 박사의 일회성 상담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일까. ‘고스톱 부부’ 편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애초부터 없었다. 재혼한 남편이 딸을 괴롭혔다며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하면서도 그 남성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친엄마와 제3자가 보기에 오해적 행동을 하는 새아빠가 있는 재혼 가정의 고민에 시청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관음적 재미와 분노 서린 비판 뿐이다.
매회 새로운 출연자, 새로운 사연을 섭외해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매번 그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바로 일반인 예능이다. 문제의 방송 후 ‘결혼지옥’ 뿐 아니라 오은영 박사까지 비판을 받는 이유는 진정성이라는 본질이 흔들려서다. 오은영 박사는 수많은 프로에 출연해 해결사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제 그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건 왜 일까.
제작진은 또 사연을 받을 것이다. 출연을 망설이면 고민의 해결책이 있다고 설득하면서. 그러나 시청률이 목적인 제작진과 수많은 고민 중 하나를 TV라는 전파에서 상담 중인 오은영 박사에게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맡기는 일에 그 어떤 부작용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고민스러운 현재 보다 더 고달픈 미래가 올 수 있다. 일반인인 당신에게 말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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