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대 오른 '두 명의 천재'…열정의 차이콥스키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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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주목하는 두 명의 천재가 167년 역사의 프랑스 명문 악단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OPS)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OPS와는 지난해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며 인연을 맺었다.
쇼하키모프의 OPS는 악단의 모든 음을 피아니스트의 선율에 꿰맞춘 듯한 호흡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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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
'차이콥스키 우승자'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폭발적 타건' 살아나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관악기 실수' 아쉬움 남겨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주목하는 두 명의 천재가 167년 역사의 프랑스 명문 악단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OPS)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34)는 13세 나이에 우즈베키스탄 국립오케스트라 지휘로 데뷔했다. 18세에 같은 악단의 상임 지휘자 자리에 올라 주목받았다. OPS와는 지난해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며 인연을 맺었다. 협연자로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프랑스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5)가 자리했다.
첫 연주곡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에서는 OPS 특유의 다채로운 색깔이 표현됐다.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트레몰로 연주와 땅이 꺼질 듯 무겁게 떨어지는 첼로 선율, 단단한 금관악기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시작은 집시 여인 카르멘의 비극적 죽음을 암시하듯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구현됐다.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춤에서 비롯된 ‘아라고네즈’, 스페인 남부 춤곡 ‘세기디야’에서는 타악기의 경쾌한 리듬과 목관악기의 선명한 음색이 두드러지면서 작품 특유의 화려한 색채가 두드러졌다. 다만 관악과 현악이 선율을 주고받는 구간에서는 서로의 음색이 하나로 섞이지 못하면서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선율이 경직되면서 쇼하키모프가 OPS의 장점으로 꼽았던 '유연한 연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어 연주된 협연곡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기대 이상이었다. 캉토로프에게 콩쿠르 우승을 안겨준 결선 곡으로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비해 유명하지 않으나, 화려한 기교와 섬세한 악상 표현으로 풍부한 음악적 색채를 표현할 수 있는 명곡이다.
캉토로프는 1악장부터 이 작품이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임을 마음껏 드러냈다. 명료한 터치로 만들어낸 유려한 선율과 힘 있는 타건으로 채운 카덴차 연주로 청중을 압도했다. 가벼운 터치의 피아노 선율은 생동감을 살렸고, 두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진행하는 그의 테크닉은 폭발적인 음악적 흐름을 만드는 동력이었다.
2악장은 바이올린 독주와 첼로 독주와의 긴밀한 호흡에서 비롯된 섬세한 표현력이 두드러졌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그의 폭발적인 연주력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기교를 완벽히 소화하면서도 작품 고유의 명랑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쇼하키모프의 OPS는 악단의 모든 음을 피아니스트의 선율에 꿰맞춘 듯한 호흡을 선보였다. 캉토로프의 연주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주선율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작품의 맛을 살렸다.
2부 연주곡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라벨 편곡)’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연주 시작부터 홀로 등장하는 트럼펫이 실수를 범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기교적인 문제는 바순을 포함한 목관 주자의 하모니가 필요한 구간에서도 발생했다. 같은 음형을 연주하는 구간에서 세밀한 아티큘레이션이 어긋나 악기별 선율이 따로 움직이는 듯 연주됐다. 작은 균열은 거대한 작품이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완성도를 구현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중 '바카날'과 비제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 중 '파랑돌'에서는 열정적인 지휘와 극적인 선율 진행, 화려한 음색 표현으로 OPS의 매력을 각인시켰다. 때로는 하나의 거대한 악기가 내뿜는 응축된 소리로, 때로는 모든 악기가 다른 곳을 향하는 거친 소리로 모습을 바꿔가며 등장했다. 이날 쇼하키모프의 OPS 연주는 감정의 동요와 아쉬움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167년 전통의 오케스트라 소리와 34세 어린 천재의 호흡이 맞아떨어지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던 탓일까.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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