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 따지는 게 무의미한, 무제보다 더 덤덤한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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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읽어내려 하지 말자.
게다가 "화가와 그림은 마치 거울과 거기에 비친 영상과 같다"고 했다지 않나.
그 주장대로 그림은, 특히 작가 설원기(71)의 그림은 형체를 따지는 게 무의미한, 눈이 아닌 마음의 영역인 거다.
그게 그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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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필요없는, 눈 아닌 마음 영역 '회화'
"자율적 조형원리 속에 모순적인 조화"로
주제의식 드러내는 이야기그릇서 벗어나
나누고 채우고 찍고 긋는 선·색·면으로만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애써 읽어내려 하지 말자. 어차피 말로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반세기 가까이 ‘회화’를 고민해왔다는 작가의 붓끝에, 섞을 단어조차 찾기 힘들 거다. 게다가 “화가와 그림은 마치 거울과 거기에 비친 영상과 같다”고 했다지 않나.
그 주장대로 그림은, 특히 작가 설원기(71)의 그림은 형체를 따지는 게 무의미한, 눈이 아닌 마음의 영역인 거다. 굳이 설명할 필요없이 던져놓으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자율적인 조형원리 속에서 모순적인 조화’라고.
그 결론이 단숨에 났겠는가. 시각언어가 진화하는 현장에서 회화의 역할 혹은 가능성을 끌어내려 한 끝에 도달한 지점이 여기였단다. ‘사소함이나 일상이 아닌, 아무것도 아닌 무엇으로서의 회화를 하자’고. ‘그림이 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동원되고 이야기를 담는 그릇일 필요는 없다’고.
‘2022-88’(2022)은 여전히 그 지난한 여정에 놓인 한 점이다. ‘무제’보다 더 덤덤한 ‘연도·작업번호’뿐인 작품명도 거든다. 일체의 생각을 끊고 ‘나누고 채우고 찍고 긋는’ 선·색·면을 먼저 보란 얘기다. 그게 그림이니까.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그릇’(A Bowl)에서 볼 수 있다. 페인팅 10여점 외에, 마일라(설계도면용 폴리에스터필름)에 아크릴·연필·파스텔·목탄 등으로 휘젓듯 그린 드로잉 30여점을 걸었다. 리넨에 오일. 100×73㎝. 이유진갤러리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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