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모녀 사건’ 막는다며 복지상담센터 신설한 서울시... 전담 공무원 부족해 효과 의문

김민소 기자 2022. 12.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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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신설에도 서울 지자체 15곳 복지 인력 제자리
기존 복지 공무원들 순환 근무로 운영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아닌 공무직 배치하기도
”업무 과중으로 내부에서도 형식적 운영해”

서울시가 생활고 끝에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 재발을 막고자 전 자치구에 ‘복지상담센터’를 신설했지만, 관련 인력이 증원되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복지 제도가 신설됐음에도 인력은 부족해 수요자들에게 혜택이 전달되지 않는 일명 ‘복지 깔대기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9월 30일 시내 모든 자치구에 긴급상담 및 지원이 가능한 ‘복지상담센터’를 설치해 취약계층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센터 출범 당시에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취약한 시민들에게 긴급 신고를 받아 복지서비스를 종합 안내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를 전담할 인력이 늘지 않아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라는 말과 다르게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운영되는 자치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손민균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서울시 25개 자치구로부터 제출받은 ‘복지정책과 인력 및 복지상담센터 전담 인력’ 자료에 따르면, 복지상담센터가 신설된 지난 9월 30일을 기준으로 복지정책과 공무원 수가 늘어난 자치구는 25개 자치구 중 10곳뿐이다. 복지상담센터가 출범했지만 센터가 속한 복지정책과 인력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지자체들이 기존 인력으로 센터를 ‘돌려막기’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용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구로구, 마포구, 영등포구, 종로구의 경우 기존 복지정책과 공무원들이 순번에 따라 돌아가면서 복지상담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구의 경우 센터 전담 인력이 없어 순환 근무로만 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복지 관련 업무에 센터 업무가 더해지면서 복지정책과 직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복지정책과에 근무하는 A씨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있고 나서 시에서 복지상담센터를 설치하라는 요구가 왔는데 전담 인력을 따로 주는 게 아니다 보니, 형식적으로 기존 직원들이 전화를 돌려받고 있다”며 “업무가 과중되니 불만도 적지 않고 구 차원에서 홍보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자체 복지 공무원들의 업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중되고 있다. 지난해 복지 공무원 1명이 1년에 조사해야할 위기가구는 113.4건으로 3년 전인 2018년(45.2건) 대비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라는 시의 설명과는 달리 공무직으로 센터를 운영하는 자치구도 있었다. 용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는 ‘시간선택제 비공무원’으로 복지상담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으며, 은평구 역시 센터 직원 중 한 명은 공무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존 인력을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범 전부터 인력 증원은 따로 하지 않고, 기존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기존 인력으로 하는 게 시스템을 연계하는데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증원 계획이 없지만, 업무량이 많이 늘어날 경우 증원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담당 인력에 대한 고려없이 제도만 앞세울 경우 제도가 제대로 된 실효성을 갖기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복지 수요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 확보와 전달체계에 대한 고려가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제도만 만들 경우 전형적인 ‘탁상행정’, ‘전시행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상담센터의 신설 자체는 사각지대를 줄이는데 어떤 효과를 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존 공무원들의 순환근무식 운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전문 인력을 배치해 해당 제도를 운영할 때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혜인 의원도 “복지 사각지대 관련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약자 발굴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져 왔다”며 “그런데도 비극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복지의 빈틈을 채울 인력 충원과 소득보장을 위한 재정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용 의원은 “지방교부세(국가에서 지자체 행정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교부하는 것)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내년부터 지자체 인건비 절감액이 보통교부세 배분에 반영되는 비율이 2배로 커지는데, 지자체가 복지 인력 충원 의지가 있어도 스스로 꺾을 수밖에 없는 부분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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