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 ‘아기상어’ 만든 더핑크퐁컴퍼니 “성역할·인종표현 세심하게 고려해야죠”
다양한 해외 사례 공부하고
전문가·현지인 자문 얻어
“건강한 상상력 펼 수 있게”
성·인종 표현 세심히 고려
전 세계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1위는 한국 콘텐츠다. 바로 동요와 율동이 결합된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Baby Shark Dance)’ 영상이다. 더핑크퐁컴퍼니가 만든 이 영상은 유튜브 콘텐츠 최초로 100억뷰를 돌파하는 등 신기록을 세웠다. 이 영상을 보유한 ‘핑크퐁 아기상어(Pinkfong Baby Shark-Kids’ Songs&Stories)’ 채널은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등 다음으로 채널 구독자 5000만명을 넘기면서 국내 채널로서는 4번째로 ‘루비버튼’을 받기도 했다. 핑크퐁과 아기상어 가족은 국내뿐 아니라 244개국에서 25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북미 등 지역에서는 ‘유아들의 대통령’이다.
콘텐츠가 글로벌하게 소비되면 위험요소도 많아진다. 최근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인종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묘사, 각 나라의 역사나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는 내용 등으로 해외에서 반발에 부딪히는 일들이 발생했다. 넷플릭스 연애예능 프로그램 <솔로지옥>은 남성 출연자들이 한 여성 출연자의 ‘하얀 피부’를 칭찬하는 발언을 담아 백인 숭배와 인종 차별이라고 비판받았다. 드라마 <수리남>은 수리남을 마약과 비리의 온상처럼 그렸다는 이유로 수리남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베트남 전쟁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해당 국가에서 방영이 중단됐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글로벌 콘텐츠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일찍이 ‘문화 감수’를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어 문화적 요소 등을 고려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문화감수 태스크포스팀(TFT) 구성원인 박한솔 콘텐츠제작본부장을 만나 조직의 탄생 배경과 콘텐츠 참여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콘텐츠를 전 세계에 서비스하다 보니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려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기존에도 콘텐츠 기획할 때부터 해외 콘텐츠 사례들을 많이 보고 만들고 자체적으로 감수를 했는데, 콘텐츠 제작량이 많아지면서 더욱 체계적으로 ‘문화 감수’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고, 작년에 TFT를 신설했어요.”
박 본부장은 TFT 탄생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TFT는 박 본부장을 포함해 실제 콘텐츠 기획과 제작 부서에서 일하는 7명이 겸직한다. 주 1회 정기미팅을 하며 여러 문화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각 부서에서 자문 요청이 온 사안과 해외 콘텐츠 사례에 대해 논의한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후반 수정까지 제작 파이프라인 전반에 걸쳐 감수와 자문을 제공한다.
박 본부장은 “도서, 기사 등을 다양한 언어로 찾아보며 굉장히 많은 사례를 공부하고 있다. 외국에서 자랐거나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구성원들이 실제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면서 “다만 244개국의 모든 문화를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런 경우 외부의 전문가 단체, 현지인 등에게 연락을 해 자문을 구한다”고 말했다. TFT 주최로 세미나를 열어 전체 구성원과 함께 특정 주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도 한다.
21일 개봉한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2: 원더스타 콘서트 대작전>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박 본부장은 “‘록스타 아기상어’란 노래를 무대에서 부르는 장면이 있다. 드러머 캐릭터에게 ‘드레드’ 헤어를 씌웠는데, 이 장면을 수정했다”고 했다. 드레드는 흑인 노예제 역사와 흑인 공동체의 저항성 등을 상징하는 머리 모양이다. 박 본부장은 “흑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드레드 스타일을 패션 요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이 됐다는 점을 고려해 캐릭터 머리 모양을 변경했다”며 “캐릭터가 특정 인종은 아니지만, 흑인을 대표하는 캐릭터도 아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캐릭터의 머리 모양은 두건을 쓴 펑키한 스타일로 바뀌었다. 이 캐릭터는 영화에 1분 남짓 등장한다. 박 본부장은 “특정 문화를 패션 요소로 차용하는 것에 대한 공부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한눈에 보였고, 짧은 부분이지만 수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낼 수 있었다”며 “1분 짜리 조연, 대략적인 스케치라도 수정한다는 마인드를 회사 전체가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물 등)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인종 표현으로부터 자유로운 부분도 있지만, 인체를 알려주는 콘텐츠 등 캐릭터가 아닌 사람이 등장해야 하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양한 인종을 출연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장애를 가진 인물들도 많이 등장시키고요. 또 사람 캐릭터를 만들 때는 인종의 외형적인 특징을 반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동양인 캐릭터는 눈이 작다든지, 흑인은 곱슬머리로 그린다든지 그런 표현이 자주 나왔잖아요. 저희는 그런 것들을 배제해서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아기상어 뚜루루뚜루”로 시작하는 ‘상어가족’ 노래의 캐릭터도 일부 수정됐다. 아빠 상어와 달리 긴 속눈썹이 있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엄마 상어의 모습이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존중한 것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엄마 상어 캐릭터에서 입술, 속눈썹 표현을 제거하고 신규 콘텐츠에 반영하고 있다.
제작 부서에서 수정 요청을 꺼리지는 않을까. 박 본부장은 “다들 굉장히 좋아한다”며 “저희가 요청할 때 제작부서에서 바로 수정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모두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다’라고 말씀해주신다”고 했다. 그는 “다른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에서도 인종, 성별 표현을 세심하게 하고 있다는 것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주자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고, 자부심이 많다”고 말했다.
‘PC(정치적 올바름)주의’가 창의성을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단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다양성과 창의성, 둘 중 한 가지가 우위에 있다기보다는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되,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어떤 편견을 주지 않으려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충암파·용현파’…12·3 비상계엄 주동한 군내 사적 모임 실체 확인돼
- 권성동, MBC 기자 질문 안 받고 “다른 언론사 하라”
- “북한군, 드론에 총쏘며 좀비처럼 돌진”…미 당국자 “북한군 수백명 사상”
- 오세훈 “‘계엄 반대·이재명 수용 불가’ 상식적 국민 많아”
- 대통령 관저 앞 ‘1인 시위’도 막아선 경찰
- 비상계엄 시 명태균이 ‘총살 1호’? 교도소장 답변은…
- 유승민 “(국힘) 국민 보기에 이상한 당, 극우당 비슷하게 돼 간다”
- 윤석열 대통령 수사 공수처로 일원화…경찰 이어 검찰도 사건 이첩 동의
- [단독]“학생들은 잘못이 없잖아요” 충암고에 위로의 풀빵 전한 시민들
- 검찰, ‘코인 은닉 의혹’ 김남국 전 의원에 징역 6개월 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