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잠정 합의…정부는 실리·野는 명분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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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인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은 대기업은 지난해 103개였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까지 낮추겠다는 안을 내놨다.
최고세율 적용 기준이 '4000억원 초과'나 '5000억원 초과' 등으로 높아지면서 상당수 기업이 아랫단계인 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들도 올해보다 1%포인트 낮은 24%에 맞춰 법인세를 납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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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3곳 '25% 최고세율' 적용
세율·과세표준 조정해 부담 완화
경찰국은 정식 예산으로 편성하되
장관 업무에 '치안행정' 제외할 듯
대통령실 결정에 최종 타결 달려
25%인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은 대기업은 지난해 103개였다. 연간 영업이익과 이자소득 등 총수익에서 각종 공제 등을 빼고 산출되는 법인세 과세표준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들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까지 낮추겠다는 안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법인세 최고세율인 23% 이하로 되돌리겠다는 목표에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내년 세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 개편안이 확정되지 못하면서 예산안 전체 협상 타결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 15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이유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기업들의 부담을 충분히 줄여줄 수 없다”며 중재안 수용을 거부했다.
20일 여야의 잠정 합의안은 대통령실의 ‘실리’와 민주당의 ‘명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도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세율 적용 기준이 ‘4000억원 초과’나 ‘5000억원 초과’ 등으로 높아지면서 상당수 기업이 아랫단계인 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 경기 침체로 기업 전반의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고세율을 적용받지 않는 기업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들도 올해보다 1%포인트 낮은 24%에 맞춰 법인세를 납부하게 된다.
예산안 협상의 다른 핵심 쟁점인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문제도 타협점을 찾았다. 민주당은 해당 조직 설립 자체가 위험하다며 예산 편성을 반대했다. 김 의장이 정식 예산이 아닌 예비비로 필요한 비용을 집행하도록 중재안을 냈지만, 여권은 “정식 정부 기구가 예산을 쓸 수 없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관련 비용을 정식 예산에 포함하되 민주당 요구를 수용해 경찰국 등의 권한을 제한할 전망이다. 경찰국의 경우 행안부 장관의 인사권은 인정하되 치안행정 업무에 직접 관여할 수 없도록 시행령에 명시한다는 것이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대신해 주요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에 대해선 검사는 단장을 맡을 수 없도록 시행령을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부처 공무원이나 민간 출신 등도 단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잠정 합의인 만큼 대통령실이 수용을 거부하면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은 결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 부담이 줄어든 기업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법인세 인하폭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의 운용 및 인사에 제한을 두는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실이 “애초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버티기’를 통해 야당의 양보를 대통령실이 계속 얻어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력히 반대했던 법인세 인하를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원칙을 고수하면 필요한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대통령실에 커지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연말까지 시간을 좀 더 가져가면서 추가적인 양보를 기대할 경우 협상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경목/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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